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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디톡스' 하는 어린이들... 스마트폰과 멀어졌더니 집중력·표현력·적극성↑
  • 김재성 기자, 남동연 기자
  • 2024-02-15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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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멀어졌더니 집중력·표현력·적극성↑


경기 용인시에 사는 A 양과 가족들이 만든 ‘핸드폰 바구니’



“다녀왔습니다~ 엄마 저 폰 넣어요!”


경기 용인시에 사는 초3 A 양은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분홍색 사각형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어요. 몇 시간 뒤 퇴근한 A 양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A 양 가족이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상자는 이들에게 ‘핸드폰 바구니’라고 불려요.


모든 가족이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던 6개월 전 어느 날, A 양의 가족은 회의 끝에 ‘집에서만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약속하면서 핸드폰 바구니가 탄생하게 됐어요. 집에 들어오면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나갈 때 스마트폰을 집어 드니 집에서는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요.


A 양은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몰래 꺼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신문을 보거나 보드게임을 즐긴다”면서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으면 이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스마트폰 보다 ‘꽈당’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의 모습. 베이징=AP뉴시스



A 양처럼 자발적으로 스마트폰과 멀어지려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어요. 지난해 한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감옥처럼 보이는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어두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유행처럼 번진 ‘디지털 디톡스’를 어린이들도 실천하는 것.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digital)’에 ‘독을 해소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를 합친 단어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이나 독서, 운동 등을 하는 것을 가리켜요. 디지털 기기 중독 우려가 커지며 등장했지요.



실제로 초등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며 중독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어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4학년은 평균적으로 하루 104.4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요. 미국에선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잠금 주머니’가 유행할 정도.



경기 화성시에 사는 초5 B 양도 자발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경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 싶으면 전원을 끄곤 “숨겨달라”며 어머니한테 맡긴 뒤 다음날에 받는다고. B 양은 “좋아하는 아이돌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며 길을 걷다가 가로수에 부딪힌 이후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어요.



남는 시간은 다른 활동으로 꽉꽉



경북 영천시에 사는 C 양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제한이 없을 때의 일기장. ‘게임하면 생각나는 글쓰기’라는 주제를 던져줬을 때 밑에 적은 일기



C 양은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남는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한다. 스마트폰에 의존할 때와 비교해 일기의 내용과 길이, 글씨체 등이 달라진 모습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디지털 디톡스’가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입을 모아요. 스스로 규칙을 정해 사용 시간을 제한하면 스마트폰에 의존할 때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겨 가족과 함께 생산적인 취미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



초1 C 양의 어머니 D 씨(경북 영천시)는 밤늦게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던 C 양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한 이후 C 양의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어요. “일기를 쓰려던 아이가 ‘오늘 뭐 했지?’ 하면서 한참을 가만있더라고요. ‘게임을 할 땐 좋은데 끝나고 나서는 기분이 안 좋았다’라고 쓴 일기는 충격적이었죠. 이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해요. 색깔 점토로 미술 활동을 하다 지구 모형을 만들어보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특강을 듣기도 하지요.”(D 씨)



이런 시간이 쌓이니 C 양은 이제 일기를 쓸 때 ‘무엇을 쓰지?’ 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줄었어요. 이전에는 주제를 제시해줘야 쓰는 수준에 그쳤던 일기가 최근에는 자신의 생각과 감상도 풍부하게 녹여낼 정도로 구체적이고 다채로워진 것. 집중력도 오르고, “엄마! 오늘은 무슨 활동할까요? 나 그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도 갖게 되었지요.



D 씨는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꽉 채우지 않는 날이 늘 정도로 스스로 조절도 한다”면서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대신에 하고 싶은 활동이 생기니 스마트폰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어요.



‘사용 계약서’ 써볼까?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도 디지털 디톡스의 효과가 크다고 전해요. 책 ‘초등생활 처방전365’의 저자 이서윤 서울우이초 선생님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글을 써보게 하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면 온통 게임이나 영상 주제뿐”이라면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다른 활동에 집중하면 다채로운 경험이 쌓여 생각의 그릇이 넓어지니 글감도 다양해지고 표현력도 높아진다”고 설명했어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점검할 땐 강제성을 부여할 자신만의 장치를 만드는 것도 이 선생님이 추천하는 방법.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의 적정 사용 시간을 정했다면 ‘스마트폰 사용 계약서’를 만들어보라”면서 “실제 계약서처럼 서명을 한다면 책임감이 생겨서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어요.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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