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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생각 다른, 불편한 텍스트 읽는 연습 필요”…리터러시 연구자 조병영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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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793회   작성일 : 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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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생각 다른, 불편한 텍스트 읽는 연습 필요리터러시 연구자 조병영 교수 인터뷰

 

가끔 잊을 만하면 요즘 애들의 리터러시 부족 문제가 이슈가 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SNS에선 성함’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멀뚱하니 대화가 끊겼다는 짤방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사흘과 나흘혹은 ‘(코로나) 양성/음성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든지 하는 기사도 그간 뜨거운 관심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사가 뜨면 댓글창은 금세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라는 혀차는 소리로 가득해지곤 합니다.

물론 어떤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아는 건 필요합니다. 만약 뜻을 잘못 안다면 서로 영 엉뚱한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무운[武運]을 빕니다.” “어째서 악담을 하시죠?”)

다만 사실 이런 한자어나 낯선 순우리말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아는 것은 리터러시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왜냐면 리터러시는 정보를 받아들여서 그걸 나의 삶에 맞게 활용하는능력이기 때문이죠.

리터러시는 가짜뉴스, 저급 정보가 넘쳐나 뭐가 뭔지 알기 어려운 우리 시대에 한층 중요한데요. 어떤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이건 가짜 틱톡이군”),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어디에 접속해야 하는지(위키피디아 등)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렇게 얻어낸 정보를 골라내고 소화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겠죠. 이렇게 볼 때 리터러시라는 말이 알쏭달쏭해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면서 무얼 보고,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와 연결되어있는 - 삶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이하 읽는 인간)의 저자 조병영 한양대 교수는 젠더, 정치 등의 이슈에서 첨예하게 갈라져 서로 소통하지 않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가능성으로서의 리터러시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리터러시는 우리가 믿을만한 정보를 맥락을 따져 읽는 능력을 뜻하고, 이에 우리가 서로 다른 입장을 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더 자세한 이야기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조병영 교수의 연구실을 지난 9일 찾았습니다.

잘 살기위한 리터러시

=우선 <읽는 인간>에서 말씀하신 내용 중 시민이 되기 위한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는데요. , 리터러시가 단지 개인이 똑똑해지고 땡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었죠.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리터러시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기사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리터러시 관련 기사는 항상 사흘로 시작하곤 합니다. 그래서 사실 교수님이 시민이 되기 위한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소개했을 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는데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리터러시 하면 사흘같은 개념 위주로 접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마 사흘같은 단어로 시작하는 게 자극적이라 그렇게 많이 접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사흘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 있어?”로 시작하는 게 꽤 눈길을 끌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접근은 어떤 단어를 모른다는, 상당히 기능적인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흘에서 시작해서 더 깊은 논의로 가면 되는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선 항상 그 수준에서 이야기가 반복되는 거 같습니다.

이 때문에 리터러시에 대해 정작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못하게 되는 거죠. 어쩌면 요즘 애들은 사흘모른다가 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한국인은 똑똑하다는 환상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올림피아 1등하고, 시험 잘보고 이래서 머리가 좋다 등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다는 것은 신화이자 근거가 충분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기니까요.

=그저 오래 앉아있을 뿐이죠. 정해져 있는 방식으로 오래한다는 것이 곧 똑똑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건 당연히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예요. 2030 아니, 4050도 마찬가집니다. 이 세대들이 막상 본인들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리터러시를 온전히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요새 애들 어려운 단어 잘 모르니까 책 읽혀야 된다 이런 이야길 하고 있는거예요.

가령 리터러시가 책으로만 따질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성인들이 책도 더 안읽습니다. 문체부 2021년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 참고서 등 제외하고 1년에 책 1권 이상 읽은 비율이 10대는 92%, 20대 청년은 약 78%, 그런데 이게 40대 이상으로 가면 50%정도밖에 안돼요.

=말씀하신 것처럼, 확실히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리터러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저는 그렇기 때문에 리터러시가 뭘 뜻하는지는 잘 몰라도, 이에 대한 갈증이 있는 성인들이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열심히 학교에서 ‘100점 맞기 위한 주입식 공부해서, 좋은 학교 가서, 사회에 나왔는데 삶에 있어 중요한 질문들, 내가 평소에 어떤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내 삶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선 어떤 궁리를 해야하는가?라는 것을 체험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나도 무언가를 읽고 진지하게 궁리해보고 싶은데, 핸드폰을 켜면 자극적인 혐오발언, 낚시기사, 짤방같은 것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막연히 더 나은 무언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리터러시를 위해 무얼 해야하는지는 머릿속에 잘 통합이 안되는 느낌인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리터러시란 무엇이고, 왜 우리 삶에 필요한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터러시에 대해선 여러 학문적 관점들이 있지만, 영어사전에 찾아보면 두개 뜻이 나오는데요. 첫째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둘째 어떤 특정 영역의 지식 또는 전문성입니다.

이중에 첫번째 정의가 우리가 통상 문해력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미이고요. 둘째는 예를 들면 컴퓨터에 대한 지식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소양의 의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 두가지 의미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단 첫째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영어로 “The Ability to read and write”라고 쓰여있고, 그 뒤에 목적어가 없어요. 즉 굉장히 많은 것들을 읽고 쓰는 것을 의미해요. 꼭 종이책 뿐 아니라 이미지, 웹사이트, 영상, 포스터, 칠판에 그리는 판서 등의 모든 텍스트(어떤 의미를 표상하는 구조체)가 될 수 있는 거죠. 예전엔 문자 언어가 중심이었지만, 요새는 문자 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이 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제대로 읽어내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아까 그 두가지 정의가 연결된다고 했는데요. 그것이 무슨 의미냐면, 전문가가 된다는 건 그 분야에서 정말 잘 읽고 잘쓰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거든요. 어떤 분야의 앎을 구성하고 지식을 갖게 되는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컴퓨터의 전문가라고 하면 컴퓨터 리터러시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네요.

=. 어떤 분야에 대해 지식,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잘 읽고 잘 쓰고 잘 표현하고 잘 소통할 수 있어야 돼요. 컴퓨터에 대한 지식도 있고 컴퓨터에 대한 전문성도 있지만, 컴퓨터에 대해서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컴퓨터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을 해야 하고, 만약 그가 대중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정말 전문가이고요.

우리가 보통 어떤 전문가를 보면, ‘저 사람은 딱 저것만 공부해서 전문가가 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그 분은 그 수준에 오르기까지 딱 그것만 본게 아니라, 그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텍스트들을 섭렵했을 겁니다. 전공서적, 학술논문, 관련 데이터는 물론, 책이든 신문기사든 뉴스레터든, 뭐든 자신의 지식과 감각, 시야를 넓혀주는 텍스트들을 수없이 많이 읽고 그 의미들을 다루려고 아주 노력을 많이 했을 거예요.

그 텍스트들을 이해하고 통합하고 연결하고,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더욱 온전한 의미와 앎으로 구축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야 내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만약 리터러시를 단순히 어떤 단어를 알고 문자를 읽어내는 문해력으로만 설명하면 의미가 상당히 좁아지는 거죠.

=, 리터러시가 크게 문해력소양의 개념으로 정의가 되는데, 그것이 서로 통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도 사실 본질은 그 분야의 텍스트를 잘 다루는, 리터러시가 있는 사람이고요.

한편 꼭 전문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리터러시가 우리의 일상에 굉장히 밀접한 개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읽는 인간> 서문에서 정의하신 내용 중에 생각하고 읽고 쓰고 판단하는 능력을 리터러시라고 하신 부분이있는데요. 제가 그 대목을 곱씹어 생각해보니까 그냥 인거예요. 사실 제가 인터뷰하려고 오늘 지하철 타고 오면서 잠깐 폰으로 짤방이랑 기사같은 걸 봤는데요. 그 짧은 순간에도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만약 거기에 아주 재미있네요라고 댓글을 달았으면 이런 것도 리터러시의 정의에서 텍스트를 읽고 쓰는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좋은 예를 말씀하셨는데, 리터러시란 언제든 텍스트로 매개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짤방이 텍스트가 되잖아요. 그 텍스트를 통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판단을 하게 되고 뭔가를 표현하고 그러면서 댓글을 달게 되고 그러면서 다른 댓글들도 보고요. 이제 그렇게 텍스트를 통해서 매게 되는 어떤 생각, 소통, 판단, 이해, 표현 등 일련의 일들이 리터러시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죠.

=리터러시가 우리 삶과 친숙한 개념이군요. 그런데 그런 읽고 쓰는 일상적 활동을 잘 하는 것, 즉 좋은 리터러시를 갖는 게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요?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입니다. 즉 좋은 시민으로 살기 위해, 좋은 생활인으로 살기 위해, 좋은 전문가로 살기 위해서죠.

=그것들이 서로 연결이 되나요?

=다를 수도 있고 연결이 될수도 있죠. 가령 김스피님은 시민이기도 하고 생활인이기도 하고 전문가(직업인)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여러 역할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생활인으로서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계약서를 읽는 것처럼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죠.

시민으로서는, 우리기 선거할 때 사람을 잘 뽑기 위해, 즉 정치적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 정치인들에 대한 정보, 기사, 허위정보, 정책 등의 텍스트를 잘 읽고 써야 하죠. 시민들이 그저 앉아서 구경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무 정치를 대신할 정치인을 뽑는 것을 통해 정치 행위를 하는 존재니까요.

전문가로서는 김스피님도 지금 인터뷰하면서 엄청 열심히 글을 쓰고 계시잖아요. 인터뷰를 위해 미리 책도 읽으셨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도 뭔가를 읽고 쓰는 일은 항상 하거든요. (꼭 글쓰는 직업이 아니라도)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또 여러가지 방식으로 수많은 텍스트를 다양한 환경에서 읽고 쓰는 일들을 하고 있으시죠. 이처럼 텍스트를 읽고 쓰는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우리 삶에 현대사회에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굉장히 자주하는 것들이예요.

=조금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 리터러시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쯤에서 한 가지 조금 다른 맥락의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그간 제가 리터러시 관련해서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까, 투자 관련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간혹 부동산 리터러시’ ‘비트코인 리터러시등과 같은 단어를 보았어요. 금융 리터러시의 경우에도, 오직 개인이 돈을 벌기 위한 정보라는 맥락에서만 강조가 되곤 하고요. 이런 사용에 대해서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역시 리터러시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NO입니다. 단어를 갖다 붙인거죠. 리터러시의 사전적 의미에서 두 번째(‘어떤 특정 영역의 지식 또는 전문성’) 의미만 차용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런 말들에선 특정 지식을 아는 것의 의미만 있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고 구매를 하고, 어떤 걸 조심해야하고, 상승장 하락장이 무엇인지 알고 이런 일련의 지식들을 아는 것, 즉 지식의 의미로만 쓰인 것이죠. 이런 일련의 행동에는 읽고 쓴다는 개념이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리터러시는 지식이 아니고 실천(Practice)입니다. 만약 부동산 리터러시가 정말 리터러시가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하냐면, 내가 단순히 어떤 부동산 지식을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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