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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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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703회   작성일 : 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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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디지털 중독.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게 당연해진 세상 속, 지난 11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코드 쿤스트가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하는 처방 요법으로, ‘디지털 단식이라고도 표현된다.

 

스스로를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인정한다. 기억 속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순간은 딱 한 번, 야구장에 직관간 날 응원하는 팀이 9회 말 끝내기 쓰리런으로 역전승한 날이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고 주변 관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다시 찾은 스마트폰은 그 이후 내 손을 떠난 적이 없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LG그램, 애플워치, 이북 리더기 등 디지털 기기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가 디지털 기기 없이 살 수 있을까궁금증과 오기가 생겼다. 지난 23일 자정부터 오후 1159분까지 소장하고 있는 모든 디지털 기기들과 이별하며 디지털 디톡스를 몸소 체험했다.

 

23일 점심 약속이 있었기에 전날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지난 생일 선물로 받은 탁상시계의 알람 기능을 처음으로 썼다. 물론 조작법을 몰랐기에 전날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발생했다. 평소 5분 간격으로 3번 정도 알람을 설정해 놓는 편인데 이 탁상시계의 알람은 한 번 끄면 끝이었다. 습관처럼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약속 시간 30분 전. 벌떡 일어나 세수만 하고 옷을 갈아입은 채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또 다른 사전준비도 필요했다. 만날 친구에게 다음 날 연락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리 약속 시간과 장소를 확실히 정했다. 다행히 둘 다 늦지 않았고 융통성 없는약속은 성공했다. 우린 첫 핸드폰을 사기 전인 약 16년 전으로 회귀해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눴고 추억에 젖어 캔모아까지 갔다.

 

모든 디지털로부터 해방된 뒤 가장 불편한 건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늘 차고 다니던 애플워치를 벗어 던지고 예전에 쓰던 손목시계를 겨우 찾았지만 아날로그의 시간은 멈춘 지 오래였다. 손목에는 애플워치 모양으로 지난 여름 햇볕에 타버린 흔적만 남았다. 친구와 만나 가장 많이 한 말은 지금 몇 시야?”가 됐다. 출근을 앞둔 직장인의 초조함도 있었지만 시간을 모른다는 것 자체로부터 오는 불안감이 컸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불편해졌고, 스스로 신자유주의에 찌든 현대인임을 깨달았다.

 

고백하자면, 완전한 디지털 디톡스는 불가능했다. 디지털부 기자가 출근해서 디지털과 단절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돈 받고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업무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디지털에 묻혀 살았다. 디지털부 기자가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장을 내민 모순적 현실이 재미있었다. 디지털이 사라진다면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자, 지금이 얼마나 디지털 시대인지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퇴근 후엔 우리 부서의 번개 회식이 있었다. 다행히 전에 살았던 동네라 내비게이션 없이도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잇달아 나오는 아름다운 음식의 자태를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는 동안 묵묵히 한 입씩 더 먹을 뿐이었다.

 

이동 중 운전하면서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도 불편했다. 운전 5년차, 차는 움직이는 개인 노래방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노래를 틀고 따라 불렀던 즐거움이 사라졌다. 새삼스럽게 엔진 소리가 참 크다고 생각했다.

 

회식까지 끝나고 집에 간 뒤, 야구를 보지 못해 적막했다. (다음 날 우천취소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요즘 인기인 마스크걸’, ‘무빙등의 드라마가 보고 싶었다. 물론 볼 수 없었고, 심심했다. 큰 맘 먹고 집 대청소를 했다. 우리집은 고양이들을 위해 자동 화장실과 자동 급식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화장실에 오류가 발생해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어플 알람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청소를 다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문제였다.

 

대청소가 끝났음에도 하루는 다 가지 않았다. 운동을 하려 했는데 따라할 유튜브 영상을 못 보니 포기해야 했다. 책을 읽으려 했는데 읽고 싶은 책이 이북 리더기 안에 담겨 있었다. 결국 하릴없이 침대에 우리집 고양이들과 누워 있었다. 털뭉치를 맘껏 만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친 집사의 손길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10분 만에 둘은 캣폴 저 위로 올라가 버렸다. 이제는 시간이 어서 다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단 하루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한 결과, ‘디지털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시도 때도 없이 비어 있는 손목을 확인하고 회사에서 화장실을 갈 때도 벌떡 일어나 눈으로 책상 위에서 스마트폰을 찾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세상에서 디지털 없이 살아가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무엇보다 심심했다. 모르는 사이 세상 재미있는 일이 다 일어날 것처럼 초조하기도 했다.

 

분명한 장점은 나 자신과 주변을 더 둘러보게 된다는 점. 스스로에 대해 생각했고, 잊고 있었던 ‘2023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더러운 집이 보여 청소를 했고,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고양이들도 더 많이 만졌다. 길을 걸으면서 거리를,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디지털 세상, 디지털 중독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에 잠식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유용하게 사용할 때 우리 삶은 훨씬 더 편해질 수 있다. 그 적정선을 찾기 어렵다면 이처럼 극단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적절하게 덜어내는 훈련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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