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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1] 연필 깎아 글씨 쓰게 하는 선생님, 왜 이렇게 하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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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577회   작성일 : 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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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새 소식과 유행에 민감하다. 오늘은 유명 연예인이 마약을 했다며 마약 중독자 특유의 금단 증상 동작을 교실에서 따라 했다. 어디서 그런 걸 알게 되었냐고 묻자 유튜브와 짧은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SNS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가르치는 요즘 아이들은 종이 신문이나 주간지 같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에서 정보를 얻지 않았다. 초임 발령을 받은 2009년만 해도 학급에 지상파 3사의 야간 뉴스를 보는 집이 꽤 있었다. 이미 세상에 유튜브라는 사이트가 존재했지만, 초등학생이 개인 단위로 동영상 촬영 및 재생을 고화질로 구현할 고급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흔치 않았다.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도 비쌌다.

불과 십수 년 차이이지만 현재 교육 여건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지금은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어지간한 보급형 스마트폰 성능이 과거 플래그십 모델을 능가한다. 또한 알뜰폰도 보편화되고, 학교 내부에 와이파이 망이 구축되어 있어 데이터 사용에 부담감이 적다. 누구나 정보통신 서비스를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어쩐지 나는 요즈음의 교육 환경이 때때로 과유불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이 넘치도록 풍족한데 나는 왜 불편한 걸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이다. 나는 최근의 과한 편리가 학생들의 자발성이나 도전 욕구를 감소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닐까 하고 고민 중이다. 

'풍족함'이 불러온 문제점 

요즘 학교는 황금빛으로 익은 논만큼이나 여유롭고 넉넉하다. 적어도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초등학교에서 물자의 결핍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급식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이 양껏 제공되고,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학습 준비물 예산도 마련되어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있다고 해도 학교에 비치된 장비가 있으니 개인 기기가 없어도 무방하다.

이렇게나 훌륭한 풍족함의 어떤 요소가 교육을 힘들게 하는 걸까. 내가 관찰한 바로는 풍족함에 길들여진 인간은 자기 자신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아이들이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케이크는 잘 먹어도, 국산콩 발효장 명인 된장으로 끓은 두부찌개는 죄다 남긴다. 아무리 영양 이론 수업을 하고 양질의 음식을 권해도 선택지가 열려 있으면 아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자극적이고 해로운 음식에 먼저 젓가락을 댄다.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선진국의 비만 인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류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보통의 인간은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다. 인간은 허기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고열량 식품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많은 이들은 먹고도 남을 식량이 있음에도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해서 살이 겹겹이 쌓이도록 섭취한다. 전쟁 중에 사망하는 사람보다 과식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죽는 사람이 통계적으로 훨씬 많다. 

교육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은 결국 민주시민성과 문제해결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며 실천하고 반성하는 일련의 것들이 모두 교육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삶을 편리하게 살아가라고 만든 스마트폰이 학습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알고리듬을 따라 숏폼 영상을 넘겨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도박의 원리를 차용해 어린이의 도파민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비디오 게임은 정교하기 그지없다.

최근 학교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과잉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SNS와 스마트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은 아프고 힘들다. 한국 전쟁을 겪은 어른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이야말로 절제와 통제된 결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쉽게 말해서 백 투 베이식,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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