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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폰 들고 누웠는데, 벌써 새벽…‘중독 비즈니스’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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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516회   작성일 : 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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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내가 보는 영상의 80% 

잠에 들려던 김씨를 영상에 붙잡아 둔 건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알고리즘의 힘이다. 14일 한겨레가 지난 한달간 스마트폰 중독을 주제로 인터뷰한 90명의 답변을 종합하면, 김씨를 포함해 39명이 쇼츠 등 영상 시청을 중단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는 개인의 취향을 파고드는 방식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중독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유튜브 등에서 시청자들이 보는 영상의 70~80%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이다. 

영상 추천 알고리즘의 선두주자는 넷플릭스다. 사용자가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 사용한 기기는 무엇인지, 일시 정지했는지, 시청을 재개하는지, 프로그램 전체를 시청했는지, 전체 시청에 걸린 시간은 얼마인지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가입자들을 사회경제적 지위나 이데올로기, 특정 장르 친화성 등 수십·수백가지 특성으로 분류하고, 이를 정교화해 알고리즘을 개인화한다. 알고리즘은 작품을 좋아한 사람이 ㄴ작품도 좋아할 가능성을 확률로 계산하고, 사용자의 실제 반응을 토대로 재학습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알고리즘이 발견한 빈틈을 직접 메운다. 고객별로 다양한 맞춤 섬네일을 제시해 영상 선택 가능성도 높인다.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튜브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도 유사하다. 기존에 봤던 영상과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추천하는 ‘아이템 기반 추천’과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을 같은 그룹에 놓고 ‘이용자 기반 추천’을 하는 ‘협업 필터링’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 본 콘텐츠를 장르, 배우, 감독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추천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도 가미된다. 실제 유튜브에서 추천 시스템을 운영했던 엔지니어 기욤 샬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영상 중독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 추천 기능 자체를 꺼야 한다”고 조언한다. 


벗어날 수 없는 ‘좋아요’ 중독 

알고리즘이 최근 들어 고도화되고 있는 전략이라면 페이스북이 2009년 첫선을 보인 ‘좋아요’는 전통적인 중독 기제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이 ‘디지털 마약’이라고 부를 만큼 여전히 강력하다.

‘좋아요’의 중독성은 ‘긍정적 피드백’, 즉 칭찬을 갈구하는 인간 본성과 연결돼 있다.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그림작가 최은진(48)씨는 ‘좋아요’에 중독된 자신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좋아요가 많으면 인정받는 기분이 들고, 더 받으려고 핀으로 게시물을 상위에 고정해두기도 해요. 반대로 적게 받으면 사람들 취향하고 (그림이) 안 맞나 싶어서 바로 후속타를 올려요. 저에게 ‘좋아요’는 칭찬, 응원이자 공감을 해주는 의미 같아요.”

‘칭찬 중독’은 에스엔에스를 넘어 스마트폰에 설치되는 사실상 모든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스토어인 무신사는 2022년 기존 서비스 내에 패션 에스엔에스 스냅을 론칭했다. 전문 패션 크리에이터가 일반인의 코디를 촬영해 게시하는 게시판이었던 스냅을 일반인이 자신의 코디를 찍어 올리고, 회원 간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에스엔에스 형태로 재단장한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코디 봐주세요’ ‘사이즈 팁 주세요’ ‘바지에 어울릴 만한 아우터 추천해주세요’ ‘이 가방 정보 주세요’ 등 패션에 관한 다양한 글을 올리는 ‘패션 톡’도 선보였다.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상단에 노출된다. 패션 톡 서비스를 만든 무신사 개발자는 자체 인터뷰에서 “무신사에서 (옷을) 사는 것을 넘어 더 많이 머물고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엔에스 기능을 활용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쇼핑 매출을 높이는 전략이다.

자신의 코디를 올리거나 타인의 옷을 구경하다 구매로 이어지는 전략인데 이 때문에 ‘무신사 중독’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한 책 ‘호모 아딕투스’의 저자 김병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에 “무신사뿐 아니라 잘되는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좋아요’를 활용하고 있다. 달리기 앱도 이용자들이 서로 ‘좋아요’와 ‘박수’를 쳐주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 도박에 끌리는 이유 

중독의 원조는 도박이다. 도박의 핵심 중독기제는 ‘불규칙한 보상’이다. 높은 예측 불가능성은 참여자에게 더 큰 흥미와 자극을 제공한다. 일정하지 않은 보상 때문에 참여자는 손실 후에도 계속해서 도박을 찾게 된다.

도박 중독 기제를 앞장서 도입한 분야는 게임이다. 완성도 있는 게임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 모델이던 과거와 달리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이용자 붙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퇴사한 전직 게임 개발자 ㄴ(35)씨는 한겨레에 “모바일 게임이 되면서 게임 기획 자체가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게임을 잘 만들어 판매하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유저를 오랫동안 붙들어 놓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게임 회사는 이용자에게 유료로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아이템이 임의로 나온다. 불규칙한 보상을 통한 중독이라는 도박 중독과 비슷한 원리다.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끊이지 않고 사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챠 게임’이 대표적이다. 가챠는 캡슐 뽑기 자판기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일컫는 일본어로 캐릭터나 아이템을 무작위로 제공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대부분 무료 게임이지만 새로운 캐릭터나 아이템 획득, 경험치 업그레이드 시 게임머니가 필요하며 결과는 무작위다. 돈을 내면 게임 머니의 획득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가챠 게임에 빠져 아르바이트로 번 돈 100여만원을 한달 만에 썼다는 대학생 ㄱ(24)씨는 “한달 정액권을 끊으면 매일 출석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놨다. 특히 이용자들끼리 싸움을 붙여서 돈을 더 많이 쓴 사람들이 이길 수 있도록 구성해 과금을 유도한다”며 “주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게임 캐릭터에 빠져들어 돈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가챠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는 한겨레에 “유저들이 아슬아슬하게 깰 수 없게 특정 스테이지를 설계하고, 유료 재화를 결제해 ‘스펙업’ 하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돈을 내도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낮아서 좋은 아이템을 뽑았을 때 쾌락이 더 크다”며 “첫 뽑기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해 (중독을 유도하는 게) 가챠 게임의 기본 공식”이라고 했다.

‘불규칙한 보상’이라는 게임업체들의 핵심 전략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업체들의 이용자 붙잡기 전략은 금융·쇼핑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게임화(gamification)다.

토스앱은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근처에 같은 앱을 실행한 사람이 있을 경우 ‘포켓몬 고’ 게임처럼 10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끌었다. 만보기 기능도 있는데 특정 걸음 수를 달성하면 몇십원에서 몇백원 정도의 포인트가 랜덤으로 쌓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이면 현금 출금도 가능하다. 전업주부인 김현주(56)씨는 토스앱의 라이브쇼핑 알림이 울리면 운전 중에도 차를 멈춰 세울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는 “라이브쇼핑을 한번 보기만 해도 3원을 주니까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느니 하자’는 생각에 계속 누르게 된다. 친구들끼리도 누가 더 많이 돈을 벌었는지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쇼핑앱 올웨이즈는 올팜이라는 디지털 농사짓기 게임을 출시해 쇼핑앱 방문 수와 체류시간이 쿠팡을 넘어서기도 했다. 온라인 식품 커머스 업체 마켓컬리도 이와 비슷한 마이컬리팜 게임을 출시했다. 가상 작물을 키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앱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어 방문 횟수와 체류시간이 늘어난다.

콘텐츠, 게임, 쇼핑 산업 등 대부분의 산업이 이러한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이제 스타트업 투자에서 ‘중독성’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김 교수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받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할 때 ‘중독’이라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쓰는 분도 있다”며 “중독성이 곧 사업성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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