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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4] 도파민에 빠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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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341회   작성일 : 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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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커피 한잔으로 '카페인 수혈'을 하고, 쌓인 업무를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하며 체력이 바닥날 때쯤 '당 충전'을 해준 뒤 남은 일을 끝낸다. 퇴근 후엔 '숏폼(짧은 영상)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들여다보기'로 즐거움을 추구하며 애써 불안·스트레스를 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우리는 다수의 자극들을 하루 루틴 안에 넣고, 몰입이 빠진 업무 방식을 효율이라고 믿는다. 작은따옴표 안의 행위들은 모두 요즘 줄기차게 거론되는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방송의 자극적인 장면이나 시선을 끌기 위한 기사 제목에서는 '도파민 폭발', 오락 또는 취미에 깊이 심취한 경우 '도파민 중독'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지난 설 연휴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가수 겸 배우 김설현의 일상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도파민 중독'의 전형으로 야기된 방송 속 김설현은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쉴 새 없이 숏폼을 시청했다. 누워서도, 씻을 때도, 이동할 때도 숏폼 삼매경에 빠진 그는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게 싫어서 (휴대전화를) 계속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잘 먹고, 클라이밍과 필사로 신체·정신 건강을 챙기면서 자신만의 하루를 알차게 채워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숏폼을 오래 보는 것을 질병으로 보긴 어렵다"며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것 때문에 일상에 문제가 있으면 중독이지만, 일상을 유지하면서 보는 건 괜찮으니 그냥 봐라"고 말했다. 그는 "도파민은 중독되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자극추구적인 성향을 가진 것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 트렌드에 도파민을 수집한다는 의미의 '도파밍(도파민+파밍)'이라는 신조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수의 운동, 동기 부여, 감정 조절 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적당한 도파민 분비는 행복감, 보상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지만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감, 불안감, 과잉 행동, 운동 능력 저하 등 다양한 뇌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 박사는 저서 '도파민네이션'에서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도파민네이션'에 따르면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하는데,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뇌에서 분비되고 저울이 빨리 기울어질수록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수평 상태를 유지하려는 저울의 속성 때문에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으면 어떤 강력한 자극을 줘도 뇌는 더 이상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쾌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다가 결국에는 저울 자체가 망가지고 만다. 책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쾌락을 추구할수록 고통이 더 커지니 행복하고 싶다면 고통을 직면하라'는 것이다.

몰입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도파민으로 망가진 뇌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고통을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땀 흘리는 운동과 독서·공부 등 지적인 활동을 하면 고통스럽지만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에 도파민이 나온다"며 "이 때 나오는 도파민은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가장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몰입"이라고 설명했다.

웰빙과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높고 현실적인 행복을 지향하는 이들 사이에선 '도파민 디톡스' 또는 '도파민 단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일상 속 깊숙이 들어온 즉각보상 대상을 억지로 멀리하는 건 시도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연보상을 주는 몰입은 진입장벽이 낮으니 매일 조금씩 실천해볼 만하다. 최고의 수행으로 알려진 글쓰기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숏폼 하나하나 넘기듯 한 글자 한 글자 기록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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