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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6. 04] “청소년 도박 뒤에 숨은 불법 사채가 문제” 조호연 도박없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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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10회   작성일 : 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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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은 이제 일부 ‘문제 있는’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학교폭력의 수단으로 사용돼 성실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강제로 도박에 빠지고 불법 사채까지 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예방이 아닌 ‘박멸’을 말할 때”라고 강조한다.  


171명. 지난해 도박 혐의로 입건된 소년범 수다.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평균 연령도 16.1세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버 도박 중독 진단 조사를 한 결과, 참여 학생 87만7660명 중 사이버 도박 고위험군은 2만8838명으로 나타났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함께하는 놀이 문화 수준으로 퍼져나간 것. 정부는 부리나케 청소년 도박 근절을 위해 나섰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올해부터 매년 5월 셋째 주를 청소년 도박 예방 주간으로 지정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은 각각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와 ‘노박(No박)’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시민 단체 ‘도박없는학교’를 운영하는 조호연 교장은 “청소년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법도박 사이트의 계좌를 동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오가는 통장이 묶이면 해당 사이트를 운영할 유인이 없다는 것. 범죄 조직이 활동을 못 하면 청소년도 도박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청소년 도박 문제 때문에 불법도박 사이트들의 계좌를 정지시키고 있다면, 사이트 운영자들이 청소년 가입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도박없는학교는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 대학생들과 ‘클린 계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가 이용하는 계좌를 수집해 해당 은행에 전달하고 불법 거래에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계좌가 발급된 은행에는 불법 도박에 중독돼 학교를 자퇴한 학생의 가방을 상패로 제작해 ‘도박 방조상’도 수여할 계획이다. 도박없는학교가 5월 13일 공개한 불법 도박 사이트에 활용된 계좌 목록과 발급 은행 명단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13개), 농협(6개)이 각각 3위,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신한은행도 4개의 계좌를 발급했다. 


조 교장이 도박 사이트의 맹점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도박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받고 온라인 도박 게임을 운영한 바 있다. 온라인 도박이 불법화된 이후에는 약 10년간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종의 ‘기획자’ 역할도 했다. 2018년 국내 최초 도박 전문 언론 ‘타짜일보’를 6개월간 운영한 이력도 있다. 그가 불법도박 근절에 나선 것은 3년 전 중학교 2학년이던 친구 아들이 도박으로 4000만 원을 날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던 불법 온라인 도박 업체들이 학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세력을 뻗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박은 ‘예방’이 아닌 ‘박멸’이 유일한 답”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제는 학생들로 구성된 600여 명의 제보자와 40여 명의 활동가와 함께 불법도박 사이트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5월 10일 서울 금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교장은 “청소년 불법도박의 기저에는 학교폭력의 카르텔이 숨어 있다”며 말문을 텄다. 


아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도박을 시작하나요.
단순히 재미 삼아 혹은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서 한다는 것은 2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불량 학생들이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의 홍보실장 격인 ‘총판’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과거에는 힘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돈을 직접적으로 갈취했다면 이제는 반강제적으로 도박을 시켜요.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혹은 자신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줄 테니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서 게임 한 판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죠. 여전히 불법 OTT·웹툰 공유 사이트를 통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총판 때문에 강제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만 이는 주로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고요. 여학생들은 오히려 불량 학생 중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래와는 달리 본인은 어른처럼 논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죠. 문제는 이 경우에는 도박에 중독되면서 돈을 구하려고 원조 교제를 하는 등 심각한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모범생도 도박에 빠지나요.
공부랑 아무런 상관없어요. 보통 남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다 해외 축구를 좋아합니다. 오늘 경기가 어떻게 될지, 어떤 선수가 몇 골을 넣을지 분석하는 게 취미인 학생도 많습니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학생 중에는 머리가 좋아서 승패를 잘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심풀이로 스포츠 토토 등을 시작했다가 적중률이 높다 보니 점점 도박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강제로 시작했다고 해도 어떻게 중독까지 가게 되나요.
우선 총판들이 강요한다고는 해도 ‘한 번만 도와달라’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돈을 빼앗기는 것보다 자존심이 덜 상해서 도박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죠. 그렇게 처음에는 1만〜2만 원으로 가볍게 시작하는데, 운 좋게 돈을 따기 시작하면 그 쾌감을 못 잊고 빠져드는 겁니다. 하지만 도박하다 보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벌었던 돈을 모두 잃고 그대로 그만두면 가장 좋겠지만, 한번 쾌감을 맛보면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친구에게 빌리게 되는 겁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린다고요.
엄밀히 말하면 총판이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실제 돈도 아니고 본인이 총판으로 있는 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를 주는 거예요. 문제는 이때 이자를 일주일에 50% 이율로 받습니다. 10만 원을 빌렸더라도 두 달 만에 500만 원까지 불어나죠. 돈을 못 갚으면 해당 학생을 노예처럼 부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 피해 학생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일도 있습니다. 도박 너머에 폭력적인 채권 추심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연간 20%가 법정 최고 이자율입니다. 법적 효력은 없는 거 아닌가요.
법적 효력이 있고 없고는 어른들의 시각입니다. 우리가 봤을 때는 그 사회가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가장 큰 사회예요. 법적 효력이 없으니까 돈을 못 갚는다고 하면 ‘친구 돈 빼먹는 놈’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왕따를 시킵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부조리한 일을 당해도 ‘돈을 못 갚았으니까’ 정당한 폭력이 되는 거예요.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면 되지 않나요.
이런 경우에는 학교폭력으로 잘 신고하지도 못합니다. 돈을 꿔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자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부모와 학교 선생님께 알려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또 총판 학생은 피해 학생한테 “나도 무서운 선배들한테 돈을 빌려서 너한테 준 거다” “너 때문에 나도 선배들에게 이자를 갚고 있다” 등 거짓말을 해요. 피해 학생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고, 학교 끝나고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까지 돈을 갚으려는 이유입니다. 총판 중에서는 그렇게 받는 이자로만 월 수익 300만 원을 가뿐히 버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극악무도한 이자율인데 돈을 왜 빌리는 건가요.
도박으로 충분히 그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만 원을 빌려서 일주일 뒤에 15만 원을 갚아야 한다는 당장의 걱정보다, 빌린 10만 원으로 300만 원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큰 거죠.

학생들 간의 불법 사채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알게 됐나요.
한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친구한테 530만 원의 도박 빚이 있는데 갚아야 하냐며 상담 요청이 왔어요. 아들이랑 직접 통화해봤는데, 불법 OTT나 웹툰 공유 사이트를 통해 직접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니 싸움 잘하는 학생이 불법도박 사이트 주소랑 아이디,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게임을 하라고 했더라고요. 돈을 따면 총판이 돈을 주고, 반대로 돈을 잃으면 피해 학생이 돈을 내는 식으로 관계가 구축된 거예요. 그러다가 큰돈을 잃고 난 다음에 급격하게 빚이 불어났다고 하더군요.

성인 도박을 하는 업체들이 청소년으로 타깃을 바꾼 건가요.
성인 도박을 하는 마케팅 팀에서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을 찾다 보니 학생들을 발견한 거죠. 애들은 계좌로 돈을 안 주고 사이버머니만 넣어줘도 계속하거든요. 자발적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면서 광고도 되고요. 


애초에 학생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가요.
도박을 잘해서 사이트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는 일명 ‘졸업’을 시킵니다. IP를 차단해서 사이트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강제로 졸업을 당한 학생들은 본인 학교에 있는 총판을 찾아갑니다. 총판이 직접 관리하고, 회원가입을 시켜주니까 총판이 속한 도박 사이트에서는 졸업을 당할 일이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도박을 잘하는 경우는 돈을 계속 벌 수 있겠죠. 하지만 도박으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더라도 계속 도박을 하게 되면, 결국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이가 도박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돈을 많이 필요로 해요. 참고서를 산다거나 학원비를 낸다면서 계속 돈을 달라고 해요. 그 외에는 사실 휴대폰이나 계좌 거래 내역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습니다.

용돈이 부족해서 돈을 벌고 싶어 도박하는 걸까요.
용돈이 많고 적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일주일에 용돈이 3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건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 큰 거예요.

자녀가 도박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흥분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보통 자녀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되면 아빠는 자녀를 두들겨 패고, 엄마는 목덜미 잡고 쓰러집니다. 그러면 아이가 볼 때는 가정이 자기 때문에 파탄 났다고 생각해 집에 안 들어가기 시작해요. 더 나쁜 길로 빠져드는 거죠.
이후 창피하다고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도박 사실에 대해 공론화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도박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게임 기록이나 계좌 내역을 모조리 인쇄하세요. 보통 한 명당 5~20개 사이트에 가입해 있는데 모두 로그인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낱낱이 읽으면 아이도 스스로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아요. 이미 아이 주변 친구들도 도박에 빠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 학부모에게도 알려야 합니다.
도박을 병이라고 생각해보면, 병이 생겼는데 그냥 덮어두면 나을까요? 차라리 상처가 조금 났을 때 확 뒤집어서 소독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요.

도박 빚이 있다면 갚아줘야 하나요.
갚아주지 마세요. 아이가 뒷감당의 무게를 알아야 해요. 도박 빚이 있는 아이들은 분명 죽는 소리로 갚아달라고 울고불고하며 빌 거예요. 이때 부모가 마음이 약해져서 갚아주면 그 아이는 평생 도박에서 못 벗어납니다. 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갚아주면 안 됩니다.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직접 막노동을 뛰어서라도 돈을 벌어보며 현실의 벽을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에 또 겁 없이 도박에 빠지게 됩니다.

청소년 도박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어른들은 청소년 도박을 두고 결국 ‘애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웬만한 어른들보다 도박에 대해서 잘 알아요. 최근 도박을 끊겠다고 온 학생은 도박으로만 1억8000만 원을 벌었어요. ‘도박 멈춰’ ‘도박은 나빠요’ 이런 캠페인으로는 근절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 태스크포스(TF)에 저명한 인사들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 막 졸업한, 소위 ‘일진’ 학생들을 포함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 시선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문제와 그 심각성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결국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출처: https://woman.donga.com/people/article/all/12/4960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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