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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하루를 상상해보라. 뭔가 자신과 세상의 연결선이 끊어진 것처럼 우선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들려온다. 또 결재를 할 수 없어 자칫 커피 한잔도 사먹을 수 없다. 통화기능 외에 카메라, 인터넷 기능을 모두 담은 스마트폰은 어느새 24시간 일상생활을 좌지우지한다. 요즘 대부분 부모들이 칭얼대는 어린이의 눈앞에 유튜브를 틀어주며 육아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어떠한 정신적인 영향을 미칠까?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동은 가상 세계에서 사춘기를 보낸 역사상 최초의 세대이다. 2010년대 초에 그들에게 스마트 폰을 준 것은 마치 Z세대를 화성으로 보내 그곳에서 자라도록 한 것과 같다. 우리는 아이들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제불능 상태의 실험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을 ‘불안세대’로 만들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2010년대 초반 등장한 스마트폰과 SNS 등 디지털 세계가 10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정신건강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2년께부터 미국 10대 여자아이들의 우울증 발생 빈도가 2.5배 증가했다. 더욱이 2010~2020년 여자 청소년들의 자해비율은 3배, 자살률은 167%나 증가했다. 저자는 이러한 미국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관련 통계를 예로 들며 “2010년대 초반에 사춘기 직전의 여자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물음표를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마트 폰이 처음 출시되고 빠른 속도로 보급된 2010~2015년에 ‘놀이기반 아동기’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전환됐다고 보며, 이를 2010년대 초에 시작된 청소년 정신질환 급증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한다.
저자는 2부에서 ‘놀이기반 아동기’의 점진적 상실로 인해 초래되는 여러 문제들을 살핀다. 어린이의 뇌는 5세 무렵에 완전한 크기의 90%에 이른다. 인간은 느리게 성장하는 아동기와 빠르게 성장하는 사춘기를 거치며 최대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문화진화’를 택했다. 이때 학습을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세가지 동기가 자유놀이와 조율, 사회학습이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를 통해 새로운 상황에 맞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인 ‘안티프래질’(Antifragile)을 체득한다는 개념이 눈에 띈다.
저자는 “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문화학습을 하면서 사춘기와 민감기를 보낸 첫 번째 세대”라며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보호에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실세계에서 위험한 신체적 놀이를 즐겨야 하는 ‘놀이기반 아동기’에 스마트 폰에 빠져들며 필요한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해악으로 사회적 박탈과 수면박탈, 주의분산, 중독 등 4가지를 꼽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스마트폰 제조사, 학교 등이 각각 무엇을 해야 할 지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10대의 스마트 폰과 SNS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휴대폰 없는 학교’와 ‘놀이가 많은 학교’가 이상적인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0~5세, 6~13세, 13~18세 연령대 자녀들 둔 부모들을 위한 제안을 한다. 신간은 디지털 세계와 밀착된 요즘,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중요한 사실을 환기시킨다. 부모들의 안전지상주의와 스마트폰 문화가 청소년들의 정신적 발달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IT 선진국’ 한국의 엄혹한 현실에서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웅진 지식하우스·2만4800원>
출처: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23129200772134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