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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SNS 사용으로 폭력적·선정적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숏폼 추천 알고리즘에 따른 중독까지 겪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입법 마련과 제도 개선 작업이 본격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유사 사례를 들어 보다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조정훈 의원(국민의힘)은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청소년들의 SNS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게 골자다.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친권자 등 확인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틱톡·인스타가 청소년 망쳐”…전 세계에 부는 청소년 SNS 제한법
세계 각국은 청소년 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 제한 조치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SNS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숏폼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청소년들이 중독되는 현상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인들의 ‘국가 주치의’로 불리는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SNS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무총감 명의 경고 표시를 SNS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요구할 때가 됐다”라고 밝혔다.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눈에도 경고 문구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미국 각 주에서도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청소년 SNS 사용 제한에 나섰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머시 총감 권고가 나온 지 사흘 만에 SNS 사용에 따른 청소년 인터넷 중독을 차단하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SAFE for Kids Act)’에 서명했다.
비슷한 시기 로스앤젤레스(LA) 교육위원회도 LA 통합교육구 관할 공립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지난 3월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유타주도 18세 미만 청소년은 SNS 이용 시 부모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호주와 유럽 등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 금지가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달 피터 더튼 호주 자유당 대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막기 위한 연령 인증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내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보수 연합이 승리할 경우,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이를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월 11세 이전 스마트폰 사용과 15세 이전 SNS 사용 금지 법안에 지지를 표했으며, 영국은 지난 2월 모든 학교에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국도 청소년 SNS 제한법 만지작…“게임 셧다운제 실패 돌아봐야” 우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이용자 23%는 ‘숏폼 시청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답했는데, 청소년은 이 비율이 37%까지 올라갔다.
조정훈 의원 등 11인은 지난 13일 청소년 SNS 제한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보호 및 규제가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청소년 SNS 사용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SNS 제한법은 청소년이 하루에 SNS를 사용할 수 있는 한도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게임 셧다운제를 떠오르게 한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10여년 만인 2022년 끝내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실제 법이 청소년과 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과거 게임 셧다운제만 해도 청소년 게임 시간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고 정책적으로도 실패했다”며 “규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현재 무엇이 문제이며 대안은 적절한지 광범위한 토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