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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의 추악한 행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무엇이 사이버 레커를 이 사회에 등장시켰는지,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짚어봤다.
↳ “고소당해 봤자 벌금 나오고 끝난다.”
↳ “나도 돈 좀 받게 동생 좀 꽂아주십쇼.
형님 혼자 드시지 마시고.”
↳ “몇천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
↳ “이거 2억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 “그냥 한 3000만 받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내고 이를 방조한 사이버 레커들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들이 쯔양의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가 공개됐다.
검찰은 이들이 ‘쯔양과 관련한 제보 내용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유튜브 본사에서 제재를 받거나 사회적 비판을 받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접촉해 돈을 받는 것이 이익’이라는 의견까지 나눴다는 점에서 조직적·계획적으로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결속을 다졌고, 2021년 말 친목 도모 목적으로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했는데 이 단체방이 추후 공갈 등 범죄 모의 통로로 변질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낮은 처벌 수위
사이버 레커 폭증으로 이어져
유명인에 대한 폭로 영상을 수단 삼아 수익을 올리는 사이버 레커들의 존재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는 레커(Wrecker·견인차)처럼 이슈가 생기면 재빠르게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사람들.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법적 제재로 이어진 데는 ‘쯔양 사태’의 영향이 컸다.
지난 8월 14일 구제역(본명 이준희)과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는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카라큘라(본명 이세욱)는 공갈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 크로커다일(본명 최일환)도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청이 집계한 2022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만9258건으로 2014년(8880건)보다 229% 늘었다. ▲2018년 1만5926건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 범죄’ 분류에 포함되는 10개 세부 유형 중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사이버 레커가 폭증한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현행법상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 꼽힌다.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경우 수사기간이 매우 긴 데 반해 형량과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수사부터 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은 2000만원 이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악명 높았던 유튜버 ‘연예부장 김용호’를 태동으로 수많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사이버 레커가 발생했고 수많은 유명인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접수된 사건은 8712건이다. 이 중 1889건(21.7%)만 재판에 넘겨졌으며 그중 1609건이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노 변호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규정을 두고 있지만, 기소된 사람의 85.2%가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벌금보다 유튜브 수익이 더 많은 경우라면 ‘벌금만 내면 그만’인 상황인 셈이다.
유튜브를 통한 수익 구조 또한 사이버 레커의 증가 원인으로 언급된다. 광고료 배분, 유료 멤버십 이용료, 구독자 후원금 등 영상 조회 수가 높아질수록 사이버 레커들에게 떨어지는 이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쯔양 사태 이후 유튜브 측은 카라큘라 미디어, 주작감별사, 구제역 채널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를 정지함으로써 이들 채널이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힌 상태다.
정의 구현이라는 위험한 명분
사이버 레커의 행태는 내밀한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숨겨주거나’다. 때로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시킨다. 쯔양 사태 역시 “피고인들은 사적 제재를 운운하며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세했으나 사실은 사이버불링(사이버상 집단 괴롭힘)에 지나지 않거나, 타인의 약점 폭로와 금품을 맞바꾸는 수익 모델로 약탈적 범죄를 자행한 것”이라고 검찰은 발표했다. 특히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쯔양의 사생활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했음에도, 사회적 논란이 일자 자신들이 피해자를 지켜주려고 활동한 흑기사인 것처럼 포장했다.
카라큘라의 경우 활동 초창기엔 중고차 업계의 횡포를 다루는 콘텐츠를 보였고, 사회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부산 서면에서 일어난 이른바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개인정보를 자신의 채널에서 공개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사적 제재의 위험성이 제기되긴 했으나 대중은 ‘통쾌함’을 느꼈다. 법이 해결하지 못한 면면을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일종의 기대감 같은 것이었다.
이 위태로운 정의 구현은 결국 또 다른 피해를 낳았다. 지난 6월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20년 전 사건을 재조명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그 예다.
나락보관소는 가해자의 주요 신상정보를 공개했고, 누리꾼들은 해당 인물이 근무하는 직장의 SNS 계정을 찾아 비난 메시지를 쏟아냈다. 명확한 문제는 나락보관소가 폭로한 사람 중 한 명은 사건과 무관한 인물로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가해자의 여자 친구’로 지목된 사람은 누리꾼들의 인신공격을 받고 영업장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직격타를 입었다. 피해자 보호 문제로도 이어졌다. 사건 피해자 측은 나락보관소가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 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10명 중 9명
“사이버 레커는 사회문제”
대중이 사이버 레커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사이버 레커 콘텐츠 이용 및 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0%가 사이버 레커는 사회문제라고 답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이버 레커를 문제 있게 바라보는 비율은 ▲20대(88%) ▲30대(90.4%) ▲40대(92.4%) ▲50대(97.2%)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늘었다. 아울러 사이버 레커 콘텐츠를 ‘주 1~2일 이상’ 시청하는 중이용자(86.0%)보다 ‘뜸하게 한 번씩’ 시청하는 경이용자(94.9%)와 비이용자(93.0%)에서 높게 나타났다.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도 ‘사이버 레커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93.2%)가 지목됐다. 이어 ▲유명인 사건·사고에 대한 세간의 지나친 관심(93.1%) ▲뉴스·미디어 이용자들의 비방·모욕 댓글(93.0%)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92.1%) ▲수사기관의 부적절한 대응(91.2%) ▲사건·사고 연루 당사자의 소극적인 방어 태도·대응 등이 순이었다.
노 변호사는 “‘수익이 있는 곳에 범죄가 있다’는 법 격언이 있다. 기존의 형사처벌과 위자료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를 유포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만 효과적인 피해 방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수년 전 한 사이버 레커가 자신의 업을 설명하면서 사이버 레커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 코로나 시기에 본격화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이버 레커를 없앨 수 있는 해결책은 수익화 중지를 포함한 국내법 마련 및 정비 등이 유일하다”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사이버 레커의 확산 배경에 있어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이버 레커들이 주장하는 의혹을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중계하듯’ 보도해 이슈를 재생산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측은 “이용자들은 사이버 레커가 제작한 콘텐츠에 담긴,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에 직접적으로 현혹되기도 하지만 언론이 받아쓴 내용을 통해 그 허위사실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중계하다시피 하는 언론 보도는 많은 이용자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유명인들 가운데 비방과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또한 “(언론이) 서로 받아쓰는 걸 보면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팩트 체크는 하지 않고 사이버 레커들을 정보원으로 삼아 무책임한 기사를 양산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사례로 보는 사이버 레커
박보람 사망 두고 도 넘은 유튜버들
지난 4월 가수 박보람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직후 사이버 레커들은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박보람은 지인과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일부 유튜브 채널에는 ‘박보람과 사망 원인 현장’, ‘박보람 빈소 부모님 중대 발표’ 등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을 뿐 각종 보도를 짜깁기한 영상이 확산됐다. 타살을 암시하는 듯한 영상까지 제작돼 대중의 공분을 샀다.
로건·정은주 저격한 정배우우
무자비한 추측성 폭로로 대표되는 사건이다. 군대 예능 콘텐츠 <가짜사나이 2>에 출연하던 UDT 출신의 로건과 정은주에 대해 유튜버 정배우가 사생활 의혹을 제기, 그 과정에서 로건의 ‘몸캠 피싱 피해’ 영상을 공개해 2차 가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이 일로 인해 로건의 아내가 유산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정배우는 이를 사과하는 방송을 하는 중에도 ‘후원’을 받아 수익을 올렸다.
김종국 약물 의혹 제기한 유튜버
2021년 말 한 해외 유튜버는 가수 김종국이 약물로 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누군가 내게 100만 달러를 걸거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그가 로이더인지를 묻는다면 로이더라고 답할 것”, “45세에는 25세, 35세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양을 따라갈 수 없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종국이 도핑 검사, 혈액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반박 대응했지만 유튜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김종국은 법적 대응을 공표했고, 유튜버는 결국 자신의 채널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출처 : 여성조선(http://wo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