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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숙제한다’고 해서 보면 유튜브로 게임을 보더라고요.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뭐 보라고 했다’고 하면서요.” 경기 남양주에 사는 학부모 A씨(47)는 “원격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합법적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할 기회가 생긴 셈인데 일일이 간섭하고 못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 B씨(44)는 “아이를 믿고 자유롭게 뒀더니 생활체계가 무너져버리길래 최근 사용시간을 더 관리하게 됐다”며 “감시하거나 계속 옆에 있어줄 수도 없는데 아이가 거름망 없이 유튜브를 보게 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습용 유튜브 링크 통해 유해 콘텐츠 접속 사례 많아 혐오·폭력 내용 무방비 노출 모르는 어른이 만남 제의도
학생들이 교사가 학습용으로 제공한 링크를 통해 유해 콘텐츠나 유튜브에 접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생겨난 그늘인 셈이다. 구리여성회가 지난 10일 발간한 ‘코로나19 시대 원격수업 기간 아동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이용 현황’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조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재단법인 숲과나눔, SK하이닉스의 지원을 받아 수도권 거주 초등 5~6학년 학부모 92명, 수도권 초등학생 4~6학년 65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5일~11월11일 진행됐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경험한 것’을 묻는 질문에 학생 33.7%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다른 유튜브를 보게 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의도치 않게 유해 동영상을 강제로 시청하게 됐다’(4.5%), ‘온라인에서 알게 된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4.4%), ‘댓글 달기, 홍보 등 알바 제안을 받은 적 있다’(3.8%)는 응답도 있었다.
학생들이 이런 콘텐츠를 접속한 경로를 물었다. 전체 300건 중 ‘자체적으로 유튜브·아프리카TV 등에 접속한 경우’가 120건(40%)으로 가장 많았지만 ‘e학습터 또는 선생님이 올려주신 링크로 접속했다가 연결됐다’는 경우도 119건(39.7%)이나 됐다. 유튜브에 접속한 김에 계속해서 영상을 보거나 학습용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유해 링크를 클릭하는 식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 고려 링크 전송 신중·자제해야”
보고서는 “교사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유튜브 특성상 알고리즘에 의해 연관 동영상이 뜨고, 그러다 보면 유해 영상을 보게 될 수 있다”며 “원격수업 시에도 ‘유튜브 동영상 링크’ 전송은 자제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이 주로 하는 게임과 유튜브 채널을 분석해보니 혐오 발언, 성차별적인 언행, 경쟁을 위한 폭력, 엽기 행동 등이 일상적이었다”며 “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유튜브를 본다’ ‘게임을 한다’ 정도만 알지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디지털기기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학생은 60.8%에 달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유해 영상이나 앱의 사용(55.4%), 게임중독(31.5%)을 걱정했다. 자녀가 디지털미디어에 과몰입하는 것을 보며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든다’ ‘방치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보고서는 “이제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공간이 교실”이라며 “그 공간에서 안전한 온라인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디지털 예절과 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