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일상화하고 야외활동이 줄면서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눈은 디지털 기기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는 기관으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건조감이나 자극감, 피로감, 흐릿한 시야 등이며 이런 증상을 통칭해 컴퓨터 시각 증후군(Computer vision syndrome)이라 부른다.
국내 연구팀이 중?고등학생 734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안구 자각 증상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2시간 이상인 청소년이 2시간 미만인 청소년보다 안구 자각증상(시야 흐림, 시야 장애, 분비물, 염증, 눈물 흘림, 안구 건조) 중 3~4개를 호소할 가능성이 1.7배, 5개 이상은 2.2배 더 높았다. 또한 이런 증상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과 패턴, 자세(주시 거리나 각도) 등과도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 자체에서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전자파와 청색광(blue light)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각막과 수정체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부종이나 염증이 관찰된 실험 결과가 있다. 청색광 역시 눈 조직에 산화 스트레스와 반응 산소 종 생성 등의 위험을 높인다. 최근 눈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청색광 차단 렌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적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근시·사시·안압 상승에 영향
디지털 과사용은 근시와도 관련 있다. 디지털 과사용이 직접적인 근시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는 없지만,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근시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있다. 디지털 기기를 하루 2시간 미만 사용하는 어린이는 그 이상 사용하는 어린이보다 1시간 이상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대신 야외활동을 늘리는 것이 근시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시 증상이 디지털 기기 사용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 한 연구팀이 하루 4시간 이상, 4개월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 급성 내사시 소아·청소년(7~16세)을 관찰·조사한 결과, 특별한 치료 없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약 75%에서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 사용은 녹내장 발병에 관여하는 안압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사용 시 머리를 숙이는 자세를 지속하면 안구에 피가 몰리면서 안압이 높아진다. 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글씨를 보기 위해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어두운 곳에서 사용할 경우 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이 커지는데, 이 또한 안압이 상승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20~30대 성인 39명으로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후 안압 변화를 측정한 결과, 사용 5분 경과 후부터 안압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15분 후에는 13%까지 높아지며, 어두운 곳에서는 25%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밝은 환경에서 쓰고 10분마다 눈에 휴식을
디지털 과사용으로 인한 눈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사용 환경과 자세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밝고 적정한 습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사용하며 한 번에 2초간 눈을 감는 ‘눈 깜빡임 운동’은 눈의 피로감, 건조감 등을 예방한다. 디지털 기기와 눈 사이의 거리는 50㎝ 정도가 적당하며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피하고 10분마다 눈을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디지털 기기 과사용에 따른 건강 문제는 어른보다는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이의 경우 사용 시간, 습관 등을 단번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는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디지털 사용을 위한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지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의 디지털 과사용 예방과 슬기로운 사용 습관을 위해 가정, 학교,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어른들의 혜안(慧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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