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학교 수업, 직장에서의 업무, 운전 등 스마트폰 남용 부작용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중국 2030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디지털 미니멀’ 유행이 관심을 모은다.
내륙도시 우한의 한 미디어회사에 다니는 34세의 중닝. 그는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는다. 회사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자기 전 보다가 중단했던 문서 등을 읽기 위해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들을 찾아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러한 패턴은 자기 전에도 그대로 반복된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하루인 셈이다.
중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위챗’이다. 지인, 가족, 회사 동료들과의 대화는 기본이고 각종 뉴스를 본다. 중닝은 “틈만 나면 위챗을 켠다. 혹시 빼먹고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을까봐 불안하다”면서 “위챗에서 도는 중요한 정보를 나만 모르고 있으면 대화에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중닝은 어느 순간 스마트폰으로 인해 오히려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잔업을 집으로 가져오기가 다반사였다. 직장과 집에서의 휴식시간은 스마트폰을 온전히 하는 시간이었다.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10시간가량. 그러다보니 항상 피곤했다.
중닝은 우연히 온라인에서 ‘디지털 미니멀’을 접했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이고 절제된 사용법을 익혔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취미를 즐기려 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일단 다음 날 아침이 상쾌해졌다.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날이 많아졌다. 중닝은 “현재의 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대만족”이라고 했다.
이런 사례들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에 대한 문제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2세의 지동은 “스마트폰은 현대판 독극물이나 다름없다”면서 “우리는 스마트폰에 갇혀 있다”고 했다.
지동은 인터넷 강의를 듣는 틈틈이 앱을 켜서 짧은 동영상을 봤다. 책을 보는 중에도 자꾸 스마트폰으로 손이 갔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지동은 이 앱을 지웠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설치했다. 이를 수십 번 반복했다. 지동은 “스마트폰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내 의지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그는 위챗에서 쏟아지는 메시지와 정보들로 인해 신경쇠약이 걸릴 지경이라고도 호소했다.
결국 지동은 집에 있을 땐 스마트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해뒀다. 그 어떤 알림도 울리지 않는다. 친구들에겐 “스마트폰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 “급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아 달라”면서 메시지를 바로 읽지 않아도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예 ‘디지털 미니멀’ 팀을 구성한 사례도 화제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엄격히 설정하고 서로를 감시한다. 참아내지 못하고 탈퇴하는 팀원들이 적지 않긴 하지만 끝까지 해낸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아예 ‘2G폰’을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2G폰은 인터넷이 되지 않고 통화기능만 있다. 앞서의 중닝도 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위챗 등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결제 역시 스마트폰이 없으면 힘들어진다.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거나, 택시를 부르는 일이 번거로워진다.
스물네 살의 대학원생 자칭은 아침에 외출하기 전 스마트폰을 두고 나온다. 인터넷 강의를 볼 수 있는 태블릿PC만 챙긴다. 일주일 정도 해보니 스마트폰에 대한 자제력이 생겼다고 느꼈다. 그래서 휴대폰을 들고 나오는 날을 주3회로 늘렸다. 그는 “스마트폰이 없으니 시험에 몰두할 수 있었다. 학습 능률이 크게 향상됐다”고 귀띔했다.
상인들은 ‘디지털 미니멀’ 트렌드를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도 출시했다. 잠금장치가 장착된 스마트폰 상자다. 이 상자는 ‘자율신기’로 불린다. 스마트폰 사용자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상자 겉에는 ‘하지 마!’ ‘어서 다시 넣어라’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 등과 같은 문구들이 쓰여 있다. 자칭 역시 오후 8시에 자율신기에 스마트폰을 넣은 뒤 다음 날 아침에 꺼내곤 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27세의 후윈은 “스마트폰은 양날의 칼이다. 구속받기보다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챗을 과감히 지웠다. 스마트폰으로 보던 책은 종이책으로 대체했다. 후윈은 “주말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 등산도 하고 자전거를 탔다. 집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볼 때보다 몸도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고 전했다. 후윈은 “무언가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우한대 신문전파학과 훙제원 교수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소셜미디어(SNS)에서 탈퇴하는 것은 일종의 자아 각성이다. 학자들이 스마트폰, 위챗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점점 갈수록 스마트폰에 대한 권태 현상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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