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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뽑아 게임중독 안다?… 업계 최종 빌런 ‘디톡스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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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935회   작성일 : 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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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학창시절 게임을 하면서 학습을 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특히 영어공부에 있어 게임은 상당히 도움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7월 진행된 한 세미나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한 말이다.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자 게임업계는 환호했다. 술·담배 등 중독성이 강한 유해물질과 동일하게 취급받던 과거를 뒤로하고 게임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게임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우선돼야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언제부터 유해하다고 여겨졌을까. 그 시작점인 ‘게임 디톡스 사업’을 조명했다.

마인크래프트가 쏘아올린 공…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 법안 ‘6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는다는 목적 하에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는 10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자율권과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청소년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폐지 논의를 불러일으킨 건 마인크래프트였다. 마인크래프트를 서비스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 PC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그 배경엔 셧다운제가 있었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을 인수한 MS는 원활한 게임관리를 위해 올해 초부터 모장에서 MS으로의 계정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MS는 셧다운제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할 수 없으니 성인만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른바 ‘게임계의 초통령’으로 불려온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용 게임’이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팬카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의 전현수 대표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입법된 셧다운제는 오히려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청소년의 권리와 창의적 활동을 탄압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마인크래프트가 쏘아올린 공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한 달 간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 관련 법안만 6건에 달했으며 대선 후보들도 관련한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프로게이머는 전부 불임… 정신의학계의 먹잇감 된 게임업계?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도입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이뤄진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게임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는 시작일 뿐 셧다운제 도입에 근간이 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일각에선 정신의학계가 2012년 전후로 재정을 조달할 사업을 찾는 과정에서 게임사업에 간섭해왔다고 주장한다. ‘게임중독 치료’를 사업화하기 위해 일부 정신의학계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보호논리로 포장된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셧다운제가 도입될 당시 진행됐던 정책 토론회에선 “게임중독 청소년들은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뇌질환을 가지게 된다” “하체부실로 정자 수가 감소하고 임신에 어려움을 겪게 돼 사회의 생산 인력이 될 수 없다” 등 입증되지 않은 정신의학계 연구들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중독포럼의 공동대표였던 중독정신의학회 10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학회의 재정조달이 쉽지 않다며 여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며 “이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내부망에서는 ‘게임중독법의 입법화는 학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업’ 이라고 적힌 단체 뉴스레터가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피 뽑아 게임 중독자 찾는다”… 당시 연구팀 “이미 종료된 사업, 할말 없다”
디톡스사업에는 2014년부터 5년 간 약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를 두고는 실효성이 제기됐다. 표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게임디톡스 보고서 명과 이에 대한 전문가 입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디톡스사업에는 2014년부터 5년 간 약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를 두고는 실효성이 제기됐다. 표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게임디톡스 보고서 명과 이에 대한 전문가 입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분명한 건 이른바 ‘게임디톡스 사업’으로 불린 정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이 게임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디톡스 사업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하에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한 국책 사업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게임중독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는 목적 하에 직접 수행 과제를 정해 각 부처에 할당한 뒤 이를 수행할 연구진을 뽑았다. 

김정태 교수는 “게임디톡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게임개발자는 마약개발자, 게임회사는 마약제조상을 불리는 등 조소 섞인 신조어가 생겨났다”며 “게임인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사업이 형성한 부정적 여론 탓에 당시 많은 게임기업들이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 역시 “디톡스사업에서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담배나 술 등 물질중독을 행위중독과 동일시 했다는 점이다”며 “게임이 행위중독도 아니지만, 문화의 한 부분이 아닌 중독으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다”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5년 간 사업에는 약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를 두고는 실효성이 제기됐다. 

먼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첫 번째 연구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중독 발생기전 및 위험요인 규명을 위한 전향적 코호트연구’는 당초 선정된 연구대상자의 0.017%에 불과한 51명만을 데리고 연구를 진행해 도출된 결과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됐다. 

또 다른 보고서인 ‘중독위험요인 및 공존질환 연구’ 역시 인터넷중독과 게임중독의 뜻을 연구 목적에 유리한 방향으로 혼용해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2013년 행정안전부의 인터넷중독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한 가운데 해당 수치가 마치 ‘게임중독자’의 비율인 것처럼 포장했다. 

연구 이후 특허로도 출허된 ‘혈액시료기반 인터넷게임 중독 통합 바이오마커 발굴 및 예측 모델 개발’ 보고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고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게임중독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인 ‘바이오 마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태 교수는 “게임 중독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안 된 내용인데 혈액검사를 통해 중독 여부를 진단한다는 것은 학술적 타당성과 실용적 가치 모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심지어 이 보고서는 1차 특허 거절까지 당했다”고 일침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교수들과의 컨택을 시도, 연구 참여배경과 현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미 종료된 사업에 대해 할말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제2의 디톡스 사업 언제든 나올 수 있어”… 게임중독 질병 도입 앞두고 ‘우려’
디톡스사업에는 2014년부터 5년 간 약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를 두고는 실효성이 제기됐다. 표는 인터넷 게임 및 디톡스 사업 연도별 예산. /그래픽=김은옥 기자
디톡스사업에는 2014년부터 5년 간 약 2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를 두고는 실효성이 제기됐다. 표는 인터넷 게임 및 디톡스 사업 연도별 예산. /그래픽=김은옥 기자
디톡스 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지만 전문가들은 사업과 관련 정부의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구결과는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태 교수는 “사업 자체 허점이 많지만 게임중독 옹호론자들에게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로서 트리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질병코드 도입 결정에 디톡스 사업이 미칠 영향이다. WHO는 2019년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확정했으며 이는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질병코드가 부여될 시 국내외 게임산업에 적잖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문체부와 보건복지부가 민관 협의체를 꾸려 게임이용장애 관련 총 3건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연구 중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및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달 중 마무리된다. 위정현 학회장은 “연구 과정에서 과거 디톡스 사업 주축 세력들이 다시 결집할 수도 있고 당시의 결과물을 질병코드와 연결지을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태 교수는 “정부는 과거 집행해왔던 게임사업들을 데이터화 해서 잘된 사업은 장려하고 그릇된 사업은 재발방지 할 수 있도록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게임의 주요 입법 및 지원 정책들은 특정 소수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만큼 정부 부처 공무원·정치인·학계 교수·게임기업 현장전문가·게임이용자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 상생 협의체’ 구축도 필수다”고 조언했다.


머니s 강소현기자
출처: 피 뽑아 게임중독 안다?… 업계 최종 빌런 ‘디톡스 사업’ - 머니S (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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