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거리두기 유행
“사용시간 줄이고 운동·독서 우울감·집중력 저하 사라져”
SNS 인증사진 올리기 열풍 소확행 ‘갓생살기’, 트렌드로
“스마트폰 강제 잠금 앱으로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합성어) 살기’ 1일 차 성공했어요.”
대학생 박모(22) 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증가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에 더욱 의존하는 ‘중독’ 증세를 보이자 이를 차단하는 앱을 하나 깔았다. 박 씨는 “설정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못하다 보니 공부 집중도가 확 올라갔다”며 “하루에 4시간씩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 기기 이용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거리두기’가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커지는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 스마트폰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에 만족하며 알차게 하루를 살아가는 MZ세대 ‘갓생 살기’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온라인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억제하는 앱과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생산성 앱인 ‘포레스트’는 사용자가 시간을 10∼120분 단위로 설정하고, 정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제작사가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주는 방식이다. 코인이 쌓이면 실제 나무를 기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덜 쓰는 만큼 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 감소로 이어지는 원리와 MZ세대 집중력 저하 현상을 결합해 수천만 회 이상 앱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감옥이라고 불리는 ‘타이머 자물쇠’ 상품도 유행 중이다. 타이머 자물쇠는 투명 아크릴 상자와 타이머가 달린 자물쇠로 구성된다. 시간 설정을 하고 상자에 스마트폰을 넣으면 그 시간 동안 열리지 않는 구조다. SNS상에서는 스마트폰을 타이머 자물쇠에 넣고 공부하는 모습과 시간을 기록해 인증하는 게시글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폴더를 여러 개 만들어서 앱에 접근하는 단계 늘리기,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바꿔 사용할 의욕 떨어뜨리기 등 다양한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직장인 2년 차인 김모(26) 씨는 “‘갓생살기’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였다”며 “스마트폰으로 가득 찼던 시간이 어느새 운동, 글쓰기, 독서로 채워지면서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많아지고 우울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의 거창한 목표를 세워 좌절감을 느끼기보다 하루 단위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스스로 통제하며 성취감과 만족을 느끼는 MZ세대의 실용주의 성향을 잘 보여 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503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