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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 거주하는 중학생 A군(15)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상품권 환전을 했다. 상대방이 돈을 보내면 해당 금액만큼의 문화상품권을 사서 보내주는 거래였다. 익명의 거래자 B씨는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27만 5000원을 보내 문화상품권을 환전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돈을 보낼 때마다 입금자명이 달라졌다. A군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은행 한도 때문에 친구 계좌를 이용했다"는 변명을 믿었다. 며칠 후에 계좌로 돈을 돌려달라, 경찰서에 가겠다는 입금자명으로 1원씩 돈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3자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기에 연루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비대면 범죄가 증가한데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10대들이 온라인을 범행 공간으로 삼는다. 적은 돈을 벌려고 죄의식 없이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규모의 범죄에 가담할 수 있어 예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만 10~18세 청소년 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범죄소년(만 14~18세) 검거인원은 6만 4595명으로 2018년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폭력범과 강력범은 2018년 대비 각각 23.6%, 16% 감소했다.
반면 사이버 범죄에 가담하는 청소년은 매년 늘었다. 청소년 사이버 사기 검거인원은 2018년 8642명, 2019년 9651명, 2020년 1만2165명으로 매년 상승했다. 유형 별로는 정보통신망이용범죄(9130명), 불법콘텐츠 이용 범죄(2870명),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165명) 순이었다.
사이버 사기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사이버 사기 건수는 총 61만 5407건으로 연령대별 피의자 분포에서 10대(3만 6340명, 12.3%)가 두 번째로 많았다. 피해자 수도 10대(8만 5468명)가 네 번째를 차지했다. 피의자와 피해자를 합쳐 5년간 약 12만여명의 청소년이 사이버범죄에 연루된 셈이다.
충북에 거주하는 중학생 A군이 상품권 환전 거래를 하면서 구매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A군은 거래를 마치고 나서 뒤늦게 3자 사기임을 인지했다. /사진=독자 제공
청소년이 저지른 사이버 범죄가 10대 피해자를 낳는 경우도 나온다. 2018년 10월 부산 연제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B씨(19)를 구속했다. B씨는 2017년 7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돌그룹의 콘서트 티켓, 게임머니, 문화상품권 등을 판다는 글을 올려두고 여중생 C씨(15) 등 189명으로부터 594만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소액의 용돈이나 유흥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범행이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2020년 10월 사기, 보복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D씨(19)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E씨(18)에게 장기 1년 6개월에 단기 1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9년 5월 1일부터 21일까지 중고거래 사기를 통해 104명에게 약 3487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일부가 경찰에 신고하자 직접 찾아가 폭행하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듬해에도 SNS에 허위 광고 글을 올리고 피해자 5명에게 150여만원을 가로챘다.
청소년의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엄벌과 교육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기윤 변호사는 "청소년 입장에선 온라인 중고 사기 등에서 얻는 범행 수익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죄의식 없이 (익명성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기에 대한 교육과 범행에 맞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비대면 범죄를 저지르기 더욱 수월해진 상황에서 인터넷이나 새로운 SNS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사이버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 범행 문제는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 학교에서의 교우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