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스마트폰 중독을 한층 추동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불안에 이어 공포심까지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가 급증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이면의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보급률 99%에 스마트폰 보유율 93.1%를 자랑하는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의 나라다. 당연히 스마트폰 사용량도 세계 1위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과 보내는 시간은 더욱 늘었다. 앉으나 서나, 걷거나 엎드리거나 누워서도 작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잘못된 자세로 오래 버티는 것은 근골격계 질환을 부른다. 최근 목 디스크, 거북목 증후군, 허리 디스크, 척추 측만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가 급증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안구 건조증, 안근 조절 장애, 망막 변성 같은 안과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었다.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노모포비아-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의 저자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는 스마트폰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근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사용량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이미 90% 이상이 근시를 앓고 있으며, 30년 후에는 근시가 팬데믹이 될 거라는 무거운 전망도 덧붙였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스마트폰 부작용은 디지털 치매다. 스마트폰 없이는 가족의 전화번호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수십 번 다닌 길의 주변 지형지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길치가 수두룩하고, 젊은 나이에도 심각한 건망증을 보이는 영츠하이머가 늘고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중독이 가져오는 각종 폐해들, 즉 수면 장애, 주의력 장애, 우울증, 고립 공포감, 비만과 각종 사고는 물론이고 여전히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숱한 증상들은 짐작조차 어렵다.
다행히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한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디지털 디톡스나 소셜 미디어 로그 오프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는 것.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되어 있는 스크린 타임 기능을 활용하면, 하루와 최근 일주일 동안 내가 어떤 앱을 얼마나 오래 접속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 중 기능이 비슷한 것들은 한두 개로 줄이고, 특정 앱에서 보내는 너무 많은데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앱 사용을 제한하고 활동을 잠시 멈추는 것도 좋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캠페인 중 디지털 로그 오프가 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과의 영원한 결별은 여건상 불가능하므로, 의식적으로 디지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만들기에 이른 것.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기를 눈 앞에서 치워야 한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무척 어렵기도 하다. 디지털로부터 로그 오프된 시간에는 몸을 쓰는 것이 중요한데, 운동이나 산책, 대면 수다, 게임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저녁 시간과 잠들기 전의 디지털 로그 오프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어 준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나 톡 알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단체 톡방에서는 꼭 해야 할 말 외에 여러 사람이 한 마디씩만 거들어도 그것을 확인하고 반응해 주려면 의외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따라서 문자와 톡은 매 시각에 한 번씩 몰아서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덧붙여 스마트폰 금지 구역을 설정해 보면 어떨까. 예컨대 식탁과 화장실, 침실 등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그곳에서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무너져 내린 우리의 몸과 뇌는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회복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출처:
https://www.mk.co.kr/economy/view/2022/336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