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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스마트폰'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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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1,130회   작성일 : 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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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그룹에서 공부하고 온다던 고교생이 실종됐다. 한국계 미국인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아이의 SNS에 접속한다. 그곳에서 까맣게 몰랐던 ‘아이의 세계’를 발견하고 딸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다는 충격에 빠진다. 2018년 화제였던 〈서치〉라는 영화의 도입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서치〉 속의 아버지다. 여기저기서 ‘요즘 애들’에 대해 말하지만 그들의 세계를 잘 모른다. 특히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Z세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1995년생의 경우 초등학교 때 싸이월드를 접하고 중학교 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원주민’으로 성장한 이들은 이전 세대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유튜브 반모방’이라는 게 있다. 유튜브 댓글창에서 반말로 대화하는 걸 말한다. 의미 없는 영상 하나를 띄워 놓고 댓글로 자신을 소개하며 대화를 나눈다. 초대받은 사람에게만 링크를 보내주고, 대화가 끝나면 방은 사라진다. 그곳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그들 외에는 알 수 없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커뮤니티로 바꿔버렸다.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죽어가던 블로그·밴드·트위터를 살려냈다. 사진·영상·텍스트 편집이 가능하고 분량 제한이 없는 블로그는 Z세대에게 일상을 정리하는 ‘디지털 일기장’으로 거듭났다. 2021년 네이버에 새로 생성된 블로그가 전년 대비 7.14% 증가했는데, 이 중 2030의 비중이 무려 70%였다.

밴드는 특정 목적을 가진 소수가 모여 ‘달리기 인증’ ‘책 읽기 인증’ 같은 ‘챌린지’를 하기에 적합하다. 짧은 글로 소통하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는 ‘실시간 트렌드’에 대해 마음 놓고 떠들기에 그만이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이 1위에 노출되도록 많은 양의 게시물을 올린다(‘실트 총공’). ‘디지털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이들 세대가 윗세대가 외면했던 것을 소환해 디지털 생태계를 바꿔놓은 것이다.

Z세대를 알고 싶은가. 만약 그들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많은 경우 하루 평균 9시간씩 스마트폰을 붙들고 사는 그들의 세계가 엿보이지 않을까. 실제로 그걸 해낸 사람이 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박준영 크로스 IMC 대표다. 그는 Z세대 300명의 스마트폰 화면 캡처 이미지를 수집했다. 여론조사처럼 엄격하게 표본을 추출한 것은 아니지만, 중고교생, 대학생, 사회인 등 Z세대로서 대표성을 띠는 이들의 스마트폰 정보를 균등하게 수집하려 애썼다.

이후 2년 반 동안 이를 들여다봤다. 이들이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로 쓰는지 사용량은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Z세대에게 인기 있는 각 앱마다 ‘헤비 유저’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80개를 11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대표적인 앱 10개를 분석해 최근 〈Z의 스마트폰〉이라는 책을 펴냈다.

블립, 아이디어스, 디스코드, 채티, 잼페이스, 프립, 젠리, 스냅챗···. 혹시 이런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박준영 대표가 꼽은, 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앱 가운데 일부다. 블립은 케이팝 팬의 ‘덕질’을 도와주는 앱, 아이디어스는 ‘작가’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 쇼핑몰 앱이다.

관계는 느슨히, 소통은 실시간으로

초등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잼페이스는 화장 취향을 분석해 미용 유튜버와 매칭해준다. 채티는 10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설 창작 앱인데, 채팅 형식으로 쓰인 소설 작품을 읽을 수 있다. Z세대의 스마트폰에는 이런 앱이 평균 125개 설치돼 있고, 한 달 동안 앱 약 58개를 사용한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평균 102개 앱을 설치하고 한 달 동안 39개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Z세대의 사용률이 확실히 높다.

프립은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등산, 스노클링 같은 야외활동부터 전시, 공연 등 여가생활까지 전문성이 있는 호스트(주관자)의 진행을 따라 함께 즐긴다. 등산이라면 ‘음악 들으며 등산하는 모임’ ‘야간 산행 모임’ ‘한양도성 산책 모임’ 등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프립에서 호스트는 게스트(참가자)가 내는 참가비로 수익을 얻는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하는 등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호스트가 각광받는다. 요즘 2030 사이에 부는 ‘등린이(등산+어린이)’ 열풍에는 이런 앱의 인기도 한몫했다.

이런 플랫폼의 특징은 ‘관계의 느슨함’이다. 호스트와 게스트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미련 없이 헤어진다. 모임 후 뒤풀이가 필수인 기존 동호회와는 다르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의 나이와 직업을 모른다. 배경보다는 같은 관심사를 갖고 ‘함께 잘 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강이나 공원에 소풍을 가서 서로 반말로 대화하는 ‘수평어’ 프로그램은 오픈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의 ‘반모방’이 현실세계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관계에서 느슨함을 추구하는 반면 소통에서는 ‘실시간’ 즉 즉각성을 원한다. Z세대가 친구나 가족과 메신저 대화에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지금 어디야?” “뭐 해?”처럼 상대의 위치나 상황을 묻는 질문이다. ‘젠리’는 여기에 특화된 메신저다. 친구를 맺으면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고, 어떤 친구들이 모여서 노는지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의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까지 알 수 있다.

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스냅챗’은 친구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면 자동으로 내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생활에 민감한 이들이 많이 사용한다. 디스코드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인데, 게임을 하면서 음성 및 영상 대화까지 가능하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인증 절차 없이도 가입이 가능하다. 강력한 익명성 때문에 온라인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있지만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어 전 세계 가입자 수가 3억명이 넘는다.

앞선 세대가 배달, 금융, 쇼핑 등 생활에 필수적인 앱을 주로 쓰는 데 비해 Z세대는 OTT 서비스, 게임, SNS 같은 취미와 오락 앱을 자주 쓴다. 그렇다고 이들이 노는 데에만 스마트폰을 쓰는 건 아니다.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는 ‘캠 스터디’를 도와주는 앱이다. 캠 스터디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중계하는 학습 방식이다. 이 앱을 사용하는 동안 다른 앱의 사용을 완전히 차단해줌으로써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체방도 개설할 수 있어서 함께 공부하는 이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Z세대의 스마트폰에는 이런 자기 관리 앱이 많이 설치돼 있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일상을 맞게 되면서 스마트폰을 자기 관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타임블럭스’ 같은 스케줄 정리 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스마트폰이 촉발한 경계 없는 삶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지켜나가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앱의 다양성이 말해주듯 ‘Z세대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Z세대 스스로도 그런 일반화를 거부한다. 다만 박준영 대표는 ‘크리에이터의 시대’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 개인이 소비자가 아닌 ‘크리에이터’라는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등장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채티’라는 채팅형 소설 읽기 앱을 보자. 2018년 출시된 이 앱은 올해 1월 기준 다운로드 수가 500만 회를 기록했다. 출시 초기에는 기존 웹툰이나 웹소설을 채팅 형식으로 변환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독자들이 참여하는 장을 열었더니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Z세대 독자들이 스스로 작가가 되었다. 현재 인기 작품의 80% 이상이 이들 Z세대 작가의 소설이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의 경우 탭 수(이용자들이 작품을 보기 위해 화면을 터치한 횟수)가 10억 회가 넘고, 댓글은 수만 개에 달한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풍선(후원금)’도 쏠 수 있다.

Z세대 자녀, X세대 부모와 통한다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곧 창작 도구다. 학원 버스 안, 집에서 잠들기 전 등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읽고, 쓰고, 댓글을 단다. 이용자의 99%가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올린다. 이렇게 모인 Z세대 작가의 작품이 무려 60만 편에 달한다. 스스로 디지털 세계에서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를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일을 창조해내고 있는 셈이다. 채티의 최재현 대표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소비자가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왜 Z세대에 대해 알고 싶은가. 이들은 우선 디지털 생태계를 쥐락펴락할 ‘강자’다. 블로그와 트위터 사례처럼 이들의 선택에 따라 디지털의 미래가 달라진다. 또 한 가지. Z는 X와 통한다. Z세대의 부모 상당수가 바로 X세대다. 1990년대 문화산업의 황금기에 20대를 향유한 X세대는 문화생활, 여가, 쇼핑 등에서 자식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과 함께 ‘덕질’을 즐기는 첫 부모 세대다. X와 Z가 뭉치면 산업 전반에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박준영 대표가 Z를 연구한 계기 역시 직업적인 궁금증이었다. 애플 코리아, 한화그룹, GS SHOP 등 대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및 마케팅 일을 해온 그는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 소비 패턴 등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젊은 세대를 마케팅 차원에서 분석하기 위해 그들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실제로 〈Z의 스마트폰〉 출간 이후 가장 먼저 반응이 온 쪽은 기업에서 상품 기획을 하는 실무자들, 그리고 젊은 사원과 소통하고 싶은 경영진이었다. 박준영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의 최고 결정권자와 Z세대 사이에 직접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회사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실무자가 Z세대와 진짜 대화를 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당사자인 Z세대 역시 박준영 대표의 분석에 반응을 보였다. 또래 세대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스마트폰을 통해 어떤 기회를 발견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박준영 대표가 책 출간 이후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만 놓고 혀를 끌끌 찰 것이 아니라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이 이 도구를 잘 활용하게끔 도와주는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10여 년. 우리는 이제 막 스마트폰에서 ‘Z의 지문’을 발견했다.


시사in 이오성기자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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