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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 몸과 마음의 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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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창동iwill   조회수 : 975회   작성일 : 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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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힘이 세다. 유행가 한 소절에도 과거의 한 장면이 냄새까지 소환된다. 노래 한 곡이 힘든 시기를 견딜 힘을 주기도 한다. 시공간을 뛰어넘고 마음을 넘나드는 힘이 음악에는 있다. 그렇기에 음악(音樂)은 음약(音藥)이라는 말도 있다. 편두통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으면 효과가 있고, 위장 장애에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저혈압에 차이콥스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고혈압에 베토벤의 ‘신세계교향곡 3번’이 좋다는 식이다. 음악이 질병 치료에 도입된 것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부상병들에게 틀어주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됐다. 국내에도 음악을 단순한 위안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료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관이 생겨났다. 음악이란 치료제로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김정희 음악치료사를 만났다.

-음악치료사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에게도 매일 하는 질문이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정의를 못 내린 상태다. 물론 학문적인 정의는 있다.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사용해 인간의 심리적,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다. 초기 음악치료는 주로 정신질환자와 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했지만, 음악치료 이론이 자리 잡고 임상 적용이 발달하면서 수술 환자나 통증 환자, 노인성 질환과 신경 손상, 언어 손상, 스트레스 조절 프로그램, 비행 청소년 행동 수정 프로그램, 가족치료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됐다.

-일반적인 음악 활동과 음악치료의 차이는 무엇인가.

△분명한 치료 목적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음악 활동과 다르다. 대상자가 최우선하는 특정한 문제가 바로 치료 목적이 된다. 첫 만남 때 대상자와의 인터뷰나 의뢰기관에서 받은 정보를 참고해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음악치료사는 대상자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적재적소에 다양한 음악적 기법들을 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치료라는 말보다 수업이라고 하는 편이다.

-음악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사전 준비는 한 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매 회기마다 큐시트를 작성하고 시나리오를 적는다. 그걸 ‘음악치료 적용계획서’라고 한다. 대상자가 따라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플랜 B도 만들어놓는다. 음악치료는 즐거움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노래로 인사를 나누고, 다양한 악기로 즉흥연주도 한다. 악기와 음악을 선택할 때는 대상자 상태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같은 치료목적이라도 나이나 문화적 환경, 음악 선호도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열 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한번 참여해보는 걸 권한다.

-치료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일반적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6회에서 10회 이상은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다면 좋지만 대부분 충분치 않다. 음악치료는 내담자와 신뢰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다. 학생 징계의 일환으로 음악치료를 이수받는 학생들도 많다.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라포만 형성되면 속마음을 잘 드러낸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욕심내기 보다 무조건 공감하고 신뢰하는 어른이 한 명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가족 음악치료. 


-상담과도 유사한데 차이점은 뭔가.

△상담심리 이론을 동반하지만 1순위는 음악이다. 음악치료사에 따라 말과 음악의 사용 비율이 다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음악치료사의 주요 역할은 대상자의 마음을 음악으로 끌어내주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리듬에 반응하게 되어 있다.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환자도 익숙한 노래에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언어장애를 치료하기도 한다. ‘아’나 ‘어’ 발음이 안 되는 환자가 있다면, 두 음절이 많이 들어간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한다.

-어떻게 음악치료를 하게 됐나.

△피아노를 전공하고 대학강사로 15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입시 레슨과 연주 활동을 했다. 그러다 문득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 체제 안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에 회의가 든 것이다. 음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마치 음악과 싸우는 것 같았다. 그때 음악치료라는 학문을 알게 됐다. 쉰이 넘은 나이였지만 음악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 망설이지 않았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2년 반을 오가며 학위를 취득했다. 음악치료는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였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많이 성장한 것이 큰 선물이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배웠나.

△어린 시절을 교회를 놀이터삼아 보냈고, 어깨 너머로 피아노를 배웠다. 70년대는 피아노가 있는 가정이 드물었고, 포항에 피아노 학원도 몇 군데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를 졸라 교습소에 갔고, 양손 연주가 가능했던 터라 체르니부터 시작했다. 피아노가 가장 쉬웠고, 잘한다는 소리만 들었기에 고민없이 피아노과에 진학했다.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어 유학을 고민할 때, 한 선배가 성악가를 코치하는 무지칼멘테(Musicalmente)를 추천했다. 성악가에게 오페라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감정을 가르치는 일로 피아노 전공자들이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수상 경력도 있기에 마음이 더 쏠렸다. 한국의 제1호 무지칼멘테를 꿈꾸며 이탈리아로 갔지만 결혼과 육아로 피아노만 전공하고 돌아왔다.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전공해야만 하나.

△ 음악치료는 다양한 임상기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치료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각 대상자들의 특징과 효과적인 상호작용 방법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음악적 기술이 합해진다. 음악적 기술이라 함은 음악의 요소, 구조, 스타일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간단한 노래나 기억곡을 작곡·편곡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성악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수준에서 노래하고 건반이나 기타 같은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지식만 갖춘다면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으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필요한 공부는 하면 된다.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공부할 때 의사나 한의사, 간호사도 있었다. 통증에 시달리고 불안해하는 환자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온 것이다. 미국에서는 음악치료가 진료에 포함된다. 메인 닥터가 물리치료 몇 번, 음악치료 몇 시간, 이런 식으로 처방을 내린다.

-음악치료의 검증된 의학적 효과는 무엇인가.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흥분과 긴장 상태가 되고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이때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 몸은 외부 리듬에 반응하는 리듬 동조화 현상에 의해 혈압이나 맥박이 더욱 상승한다. 반면 느린 음악을 들으면 같은 원리로 하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몸은 항상성을 유지한다. 음악이 신체적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미국 드렉셀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음악 감상으로 암 환자의 진통제나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음악이 자율신경계와 면역시스템,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외과적 처치뿐 아니라 우울과 불안,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는데 집중하면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눈에 띄게 효과를 본 사례는.

△발달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센터에서 인턴십을 했다. 눈 맞춤을 하지 않는 자폐아를 담당했는데, 아이가 내는 작은 소리에 피아노 건반으로 반응해 주었다. 언어로는 소통이 어려웠지만 음악으로는 가능했다. 상호작용의 경험이 소복소복 쌓이면 나중에는 드럼도 친다. 센터에 오래 다닌 자폐아들은 악기로 세상과 소통했고 인간관계에서도 성장된 모습을 보였다. 음악치료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말문을 열지 않는 대상자와의 의사 소통 기회를 제공하며,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만성 질환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음악치료사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특히 가사에 신경 쓰며 듣는 편이다. 음악이 인간의 영혼에 끼치는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음악을 많이 듣고, 아름다운 시로 만든 우리 가곡이라든지, 가요를 들어도 선한 마음이 생기게 하는 곡을 듣는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이맘때 들으면 힘이 되는 노래가 있다면.

△새해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영화 ‘미션’의 OST로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를 들으면서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보면 어떨까. 비록 우리네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한다. 가사 앞부분은 이렇다. “환상 속에서 정의로운 세상을 본다. 모두가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고 있다. 나는 언제나 날아가는 구름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영혼 깊은 곳까지 인간다움으로 가득한….

김정희 음악치료사는

대구 가톨릭대 피아노과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Novara, Karol Szymanowski, Selvazzano에서 국제 연주코스를 수료했다. 대구 가톨릭대와 경북예고, 포항대, 서라벌대에 출강하다가, 행복한 음악을 하고자 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2019년부터 음악치료사의 길을 걷고 있다. 생명의 전화 시민상담교육과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과정, 청소년 자살예방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아픔에 공감하고 인생 공부를 했다. 이런 경험들이 음악치료의 자양분이 되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느낀다. 현재 음악이 중심이 된 심리치료법인 GIM(Guided Imagery&Music)을 수련 중이다. 언젠가는 개인 음악치료실을 열어서 사람의 마음을 음악으로 위로해 주고 음악과 함께 곁에 머물러 주는 이가 되고 싶다.

/배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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