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A 양(12)은 요즘 새벽 3시쯤 잠이 든다. 이 때까지 대부분 PC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글을 보고 댓글을 달거나 직접 올리기도 한다. 거의 매일 비슷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잠이 든다. A 양은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난해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A 양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위험할 정도로 빠져드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청소년 약 127만3000명 가운데 22만8891명(18.0%)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과의존 위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매년 전국 초4, 중1, 고1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시행한다. 2년 전엔 과의존 위험 상태의 학생이 20만6102명으로 전체의 16.0%였다.
그 중에서 상태가 심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까지 보이는 학생이 3만452명에 달했다. 특이한 건 스마트폰 대신 PC를 사용하는 학생들 중에서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는 1만4790명이었는데 올해 1만6723명으로 약 13% 늘었다. 최성유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원격수업을 위한 PC 이용이 늘어난 탓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의존에 빠지면 성인이 돼도 그 증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래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부장은 “자녀에게 PC나 스마트폰을 처음 사줄 때 원하는 대로 막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 하에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점을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