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에서는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다큐에서처럼 요즘 사회는 열한 살이면 대다수 아이들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고리즘에 지배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사회는 정보화 사회의 단계에서 허위 정보의 사회로 깊숙이 들어왔으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되는지도 모르는 새에 전자기기에 중독되어 있고 언제든 가짜 정보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세계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국가는 우리나라로 세계 1위이며 95퍼센트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의 성인 중 76퍼센트가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한다.(2019.02.11. KBS 뉴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예외는 아이다. 영유아가 스마트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시기는 만 1세가 45퍼센트로, 영유아 중 절반이 넘는 59.3퍼센트가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육아정책연구소, 2019년 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실태 및 부모 인식 분석). 유튜브 알고리즘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알고리즘 또한 영유아의 영상 내용은 물론 가족의 상황까지도 예측하고 기록되며 추천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셜 딜레마>에서, 트리스탄 해리스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는 현재의 IT 상황에 대해 세상이 미쳐가거나 우리 모두가 마법에 걸렸거나 한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IT 관계자들 누구도 덜 중독적이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소수의 개발자들이 수십억의 인구를 조종하는 양상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그들도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관계가 활발한 사람이 아니어도 하루에 5, 6개 정도 지인들로부터 영상 추천을 받는다. 정말 유용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것들을 클릭하는 순간 내 알고리즘에는 그것들과 관련된 것들이 또 따라붙는다. 각각 다른 장르의 추천을 받았다면 5, 6개의 문어발이 확장되는 셈이 된다.
공짜처럼 보이는 그 영상들은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고 영화에서는 말한다. 광고주들이 돈을 낸다고 한다. 왜?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로 우리가 상품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상품으로 팔리고, 우리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알고리즘은 총동원되는 것이다.
개인의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상품인 것입니다. (영화 <소셜 딜레마> 중)
나의 경우에는 정말 엄격하게 필요한 영상만 찾아 그것만 보려고 노력한다. 목적을 달성하면 다른 영상을 보지 않고 바로 화면을 닫는다. 필요한 것을 바로 찾지 못한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내 피드에 따라붙는 수많은 영상 목록을 차례로 클릭하고 진득하게 하나하나 살핀다. 이렇게 해서 한두 개 정도 살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만, 잠깐 정신을 놓으면 영상의 바닷속으로 무한정 빠져들게 된다.
이런 날은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영상만으로 하루가 흐르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의 후회에 알고리즘은 관심이 없다. 오늘도 멜론을 여니 내가 좋아할, 나를 위한 선곡이 뜬다. 유튜브를 여니 내가 호감을 가진 프로그램과 영상들이 줄을 잇는다. 한두 번 검색했던 정리수납과 관련된 영상도 따라붙는다. 알고리즘의 예리함에 섬뜩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시간을 유튜브에 발목 잡힐 수는 없다. 뒤도 안 보고 빠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