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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소리펜, 키즈워치 등과 함께 최근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체험에 이르기까지 유아들의 디지털기기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소아의 90% 이상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통계에서도 10명 중 9명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녀의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이 더 늘어났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기기 사용이 아이의 발달 과정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예를 들어 VR 체험 장비는 교육이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두통·어지럼증·뇌전증 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유소아기의 VR 사용이 시·지각의 발달 및 심리에 미치는 영향, 전자파 노출 안전성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VR이외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 의견과 긍정적 의견이 공존한다. TV와 달리 단순한 시청 외에도 상호작용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며,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 디지털기기의 장점으로 꼽힌다. 신체장애가 있는 아동들에게 교육수단을 제공하거나 의학적 중재에 이용되기도 하며, 양육 애플리케이션 이용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유아의 정서 조절 및 주의력,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유아들이 디지털기기를 통해 단어 등을 조기 학습할 수 있으므로 유익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디지털기기를 일찍 사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디지털기기 사용 빈도 높을수록 표현 언어 발달 늦어져
저자가 속한 연구진의 조사에서 만 3-5세 유아들의 최초 디지털 기기 사용 시기는 만 1~2세, 주 1~2회 사용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사용 내용 목적은 대부분 동영상 시청이었다. 또 아이가 조용히 있어야 할 때, 부모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기기를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할수록 아이 스스로가 자기를 조절하는 자기조절능력은 감소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결과는 디지털기기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손을 사용하는 소근육 운동은 더 발달하고, 표현언어의 발달은 더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만 3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나이가 어릴수록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이 발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근육 운동의 발달도 5세에 이르러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유아 및 아동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과의존’이다. ‘스마트기기 과의존’이란 스마트기기의 사용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이용 조절 능력이 떨어져 문제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현황 보고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5명 중 1명은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한다. 특히 만 3~9세 유아동 중 과의존 위험군은 22.9%에 달한다. 어느 연령대보다 가장 큰 폭으로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기기 사용은 유아의 언어와 정서, 인지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기기에만 몰두해 부모와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이때 언어적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표정·몸짓·접촉 같은 비언어적 상호작용까지 줄면서 의사소통 기능의 발달을 방해한다.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반복해서 사용한다면, 당장은 빨리 달래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가 스스로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힐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디지털 학습기기들은 과도한 시각적 자극이나 소리로 인해 오히려 학습 목표를 방해할 수도 있다.
아이의 신체 건강도 관련이 있다. 디지털기기를 보기 위해 장시간 앉아 있으면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주간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잠자기 전 유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안구 건조증, 두통을 유발하거나 후천성 내사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아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2013년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발암 가능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른 나이부터 불필요하게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 2세 전엔 TV도 보여주지 말아야
미국소아과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특히 만 2세 이전에는 TV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인터넷 등 전자미디어의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 2~5세 사이의 유아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부모와 같이 하루 1시간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 부모 또는 다른 어른과 같이 상호작용하며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령에 적합한 애플리케이션이나 동영상을 선택하여 부모와 함께 적절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른 놀이감처럼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인 아이들의 디지털 과의존 위험을 예방하고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정책기관, 어린이를 돌보는 의료인, 교육 및 아동 전문가들, 관련 기업과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실제적인 노력과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어린 유아들의 부모는 먼저 디지털기기가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하루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하며, 아이 혼자가 아니라 부모와 같이 상호작용하며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줄어든 사용시간은 아이와 디지털미디어가 아닌 다른 일상생활의 경험을 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위원회는 올해 디지털 미디어 과의존 예방과 건강한 사용을 위한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을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곧 발표될 연구 결과는 코로나 19 유행 기간에 더 늘어난 자녀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부모와 사회에 좋은 지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4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