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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이 일상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활동이 되고 이용 조절력이 감소하여 신체, 심리, 사회적 문제를 겪는 상태를 말한다. 일상에서는 흔히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는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한 가지 암묵적인 믿음이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무분별한 노출이 중독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그 이후로는 이를 더 많이 갈구하여 자제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른다는 것인데, 비단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중독을 다룰 때도 기본 법칙처럼 여겨진다.
중독의 원인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192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자들은 빈 상자 안에 쥐를 한 마리 가두고 순수한 물과 마약을 탄 물을 놔두었는데, 쥐들이 마약을 탄 물을 맛본 뒤에는 계속 마약을 탄 물만 마시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마약 물을 갈구하게 되었다. 이 모습을 관찰한 과학자들은 마약이라는 물질이 곧 중독의 원인이고, 마약에 대한 노출이 예외 없이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1970년대 브루스 알렉산더(Bruce K. Alexander) 교수는 이 같은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마약이 아니라 빈 상자에 주목했다. 기존 실험에서는 빈 상자에 가두어진 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순수한 물 또는 마약 물 두 가지뿐이었는데, 만약 쥐가 순수한 물과 마약 물을 마시는 것 말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쥐들은 여전히 마약 물에 중독될까.
그는 빈 상자를 다른 환경으로 바꾸어 실험해보았다. 이른바 쥐 공원(Rat Park)이라는 것으로, 쥐들이 좋아하는 치즈와 장난감을 주고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여러 암수 쥐들이 한데 어울리게 했다. 그러고 나서 그곳의 쥐들에게 순수한 물과 마약 물을 제공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쥐들은 더는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된 미군의 20% 정도가 헤로인을 복용했다고 한다. 전쟁의 공포와 긴장 속에서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많은 군인들이 전쟁이 끝나고 마약중독자로 전락하게 될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 군인들이 미국에 돌아온 후 지속적인 관찰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놀랍게도 거의 전부가 아무런 중독 문제를 겪지 않고 헤로인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약에 기대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일상적인 삶 바로 그 자체라는 게 밝혀졌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중독의 대상과 원인을 동일시한다. 그래서 중독의 대상을 차단하면 중독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억지로라도 그러지 못하게 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쥐와 군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에 대해서 잘못 짚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그 차제는 중독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진짜 ‘원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가두는 빈 상자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한 전쟁터일까.
그들이 놓여있는 현실을 보면 답을 모를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취직해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꿈이 정말로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현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을 보는 것 말고는 웃음 지을 일이 없는 현실 말이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게 만든 진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 만든 세상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른답게 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유도 모르는 문제를 풀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해운대보건소 건강증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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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10810.22021000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