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 너무 많이 보면 바보된다, 그 시간에 책 한 권을 더 읽는 게 낫지 않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경우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적어도 한 두번 이상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그저 마음껏 방송을 못보게 하는 부모님이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어떻게든 이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부모님의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어느 덧 강산이 여러번 바뀌면서 기자의 어린시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다가오게 됐다. 어린이들도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 하나 정도는 들고 다니고, 다양한 영상 매체와 게임을 접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성장기 아이들이 과도한 자극에 노출되면서 뇌가 한참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불균형한 성장이 이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게 되는 틱 장애 등의 질환이나 산만함, 예민함, 분노조절장애 등의 주된 원인이 뇌의 불균형한 성장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미국 CBS방송의 심층 보도 프로그램 60 minutes에서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미국 내 9~10세 어린이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뇌 영상 분석 결과를 전하며 장시간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된 아이들의 대뇌 피질 두께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빠르게 얇아졌다는 관측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대뇌 피질은 대뇌에서 가장 바깥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이다. 일반적으로 기억, 사고, 언어 등의 기능을 관장하며, 이 밖에 감각과 운동기능에도 관여한다. 이러한 대뇌 피질이 얇아진다는 것은 뇌가 늙어간다는 말과 같다. 연구진은 대뇌 피질이 얇아지는 것은 전자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 및 운동, 수면, 사회활동, 뇌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온라인 활동과 전자기기에 뺏기는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뇌 역시 인체의 한 기관인 만큼 영원히 젊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20대 초중반이 되면 뇌의 성장이 끝나고 서서히 늙기 시작하면서 매일 약 1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늙어가는 뇌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에 대해 지나친 의존 때문에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흔히 디지털 치매라고 일컫는 상태인데, 이런 말이 생긴 것은 청장년층에서도 기억력 감퇴, 건망증으로 고민하는 이가 늘고 있단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의학적인 수준이 상승과 함께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1970년 62.3세에서부터 꾸준히 증가하면서 2009년에 80세를 넘어섰고 2019년에는 83.3세에 이르게 됐다. 아동 청소년기에 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향후 수십년을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짐이 지워지게 된다. 단순히 개인의 삶의 만족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 역시 커진다. 키도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통해 쑥쑥 클 수 있는 것처럼 어린 시절 거침없이 뇌가 성장할 시기에 균형잡힌 건강한 뇌의 발달은 매우 중요하다.
두뇌 발달을 위해서 좋은 것...공부 vs. 운동?
과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초등학생은 하루 평균 208.1분의 여가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운동 시간은 69.9분으로 공부 시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운동부족은 두뇌가 균형있게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두뇌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게 되면 초기에는 학습부진과 주의산만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 ADHD, 틱 장애, 뚜렛 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과학 전문지에서 뇌 활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운동을 지목한 바 있는데, 이는 운동을 통해 전두엽을 자극하면서 뇌가 학습에 적합한 상태로 깨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을 하게 되면 새로운 신경 세포가 자라게 되는데 이 세포들이 생성되는 부위가 바로 기억력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의 치상회인 것으로 밝혀졌다.
뇌의 기능적 발달의 순서를 볼 때, 가장 상위에 위치한 것은 학습이다. 다시 말해 하위 조건들이 갖춰지면 두뇌의 발달과 학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 따라서는 아이의 학습 부진 및 주의 산만을 집중력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학습 부진의 주된 원인은 바로 뇌의 불균형이다.
사람의 뇌는 크게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져 있는데, 양측 뇌는 동시에 발달하지 않는다. 먼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우뇌가 발달하고, 언어를 배우고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좌뇌가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의식의 주도권을 좌뇌가 잡고 우뇌는 이를 보좌하는 형식으로 한 사람의 의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좌, 우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하면 정보의 입력 처리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분명히 아는 문제임에도 오답을 내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시각인지가 떨어진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뇌 불균형의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
성인만큼이나 아이들도 잘 자는 것이 두뇌 발달에 좋아...
성인들에게 잠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잠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사람의 두뇌가 발달하는 것은 대부분 어린시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푹 자게 만드는 호르몬으로 수면 외에 면역력이나 근력 증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은 밤 10시부터 분비량이 급상승해 새벽 2, 3시에 최고로 분비되다가 아침에 빛이 들어오면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 시간대에 충분히 자는 것이 두뇌 발달에 효과적이다. 성장호르몬은 보통 잠이 들고 1~2시간이 지난 후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멜라토닌과 비슷한 분비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잘 자야하는 이유다.
아이의 두뇌발달은 수면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수면 중 해마가 활성화되면서 아이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겪었던 경험을 재생해 이를 지식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수면은 뇌건강과 기억력 뿐만 아니라 성장하면서 판단력과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아기 시절부터 일정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2세 이하의 아이는 최소한 13시간 이상은 자야 하며, 4세 아이는 11시간, 6세 아이는 9시간 반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들이 7시간 이하로 자는 경우 행동장애를 초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베이비타임즈(http://www.bab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