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 현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학습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최근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학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준 부모들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통제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절한 스마트폰 이용시간과 통제방법을 문의하는 글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현황과 적절한 이용에 대한 지침 등을 확인했습니다.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 스마트폰 과몰입 큰 폭 증가
온라인게임 과몰입으로 대표되던 ‘인터넷중독’은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꼽혔습니다. 이후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성인은 물론 아동과 청소년층에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실시한 ‘2020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43,828천명) 중 23.3%가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으로 조사돼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승폭은 2015년 2.0%p → 2016년 1.6%p → 2017년 0.8%p → 2018년 0.5%p → 2019년 0.9%p 의 추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2020년 3.3%p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과의존위험군 중 고위험군은 4.0%로 전년 대비 1.1%p 높아졌고, 잠재적위험군은 19.3%로 2.2%p 상승했는데, 매년 고위험군의 상승폭이 0.7%p 이내였던 점을 감안하면 위험군의 상승폭도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의존위험군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위험 사용자군’과 사용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자기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주의 사용자군’을 합친 개념입니다.
특히 청소년층은 대상별 과의존위험군 비율(35.8%)과 증가폭(+5.6%p) 모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사실임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초등 4학년, 중등 1학년, 고등 1학년 학생 127만29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 하나 이상에서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된 청소년은 조사대상 중 22만8891명,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갖고 있는 ‘중복위험군’ 청소년은 8만388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은 127만명 가운데 18만3228명(위험사용자군 1만6723명, 주의사용자군 16만6505명)으로 위험사용자군의 경우 지난해에 견줘 13.2% 증가했고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2만9543명이었습니다.
이 같은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수업의 증가는 초중고생들에게 ‘독극물’ 관리를 맡긴 셈이 됐습니다.
사용시간 규제 권고 늘어나고 강력해지는 추세
유아와 초중고생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우려와 통제 필요성 제기는 2014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당시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용 제한이 필요한 이유로는 자기 조절 능력·통제력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또 많이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중독 위험, 유해 자극, 위험 상황 노출 등을 우려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처음 시작하는 연령으로, 중학교 1학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9.8%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1학년이 17.4%, 고등학교 졸업 이후가 12.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상자들이 제시한 평균 연령은 중학교 1~2학년이었습니다.
또 하루 적정 사용 시간으로 주중의 경우 초등학생 55분, 중학생 97분, 고등학생 115분, 주말의 경우 초등학생 80분, 중학생 136분, 고등학생 158분을 권장했습니다.
2017년 11월 미국의 심리학자 진 트웬지 교수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 50만 명을 5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1시간 미만인 청소년과 비교해 하루에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은 절망과 자살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30퍼센트 이상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9년 4월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2~4세 어린이는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을 지속해서 봐서는 안 되고, 1세 이하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WHO는 적절한 신체적 활동과 충분한 수면이 보장돼야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전한 습관을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강력한 규제와 권고안을 적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이 2019년 12월 6일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이용실태와 윤리교육’ 자료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했고, 2~18세 유아동·청소년이 과몰입하면 부모 등 보호자에게 약 175만원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또 캐나다에선 각 연령에 따른 미디어 노출시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0~2세 아이에겐 모든 영상물 기기 노출을 금지했고, 미국 소아과학회에선 18개월 미만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19개월에서 60개월 영유아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내 사용을 권고했습니다. 프랑스는 2018년 8월부터 3~15세 학생들에게도 학교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인터넷이 연결되는 기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학습 등의 증가로 아동과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적정사용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