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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A군은 최근 몇 달 새 같은 학교 학생에게서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내놔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스타벅스는 해마다 커피 등 음료를 일정 횟수 이상 구매하면 담요나 다이어리 같은 특별 상품을 주는 행사를 한다. 음료를 살 때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프리퀀시라는 일종의 모바일 쿠폰을 주는데, 쿠폰을 17개 모아가면 상품과 교환할 수 있다. 프리퀀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보내줄 수도 있는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프리퀀시를 한 개당 1000~2000원에 사고팔 정도로 인기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현금 대신 학교 폭력의 새로운 타깃이 된 것이다.
A군은 견디다 못해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현금과 달리 프리퀀시 같은 모바일 쿠폰은 적발되어도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고 둘러대기 좋다고 여긴다”며 “비슷한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전자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수업이 늘고, 학생들의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더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학교 폭력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경북 상주시에서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같은 학교 후배 수십 명에게 동영상 앱 ‘틱톡’에 가입해서 동영상을 보라고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틱톡은 당시 신규 회원을 초대하고, 해당 회원이 며칠간 동영상을 10분 이상 보면 최대 40만원을 주는 행사를 열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 대상이었던 터라 강요당한 학생들은 부모님 등 다른 어른들의 명의까지 훔쳐 이 앱에 가입해야 했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강요죄, 협박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고, 얼마 전 가해 학생을 우범 소년으로 법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친구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도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생겼다. 최근 10대 학생들은 친한 친구끼리 소셜미디어에서 자기가 쓰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후 그 친구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도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중학교 3학년 C양은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같은 학교 남학생이 자기 SNS 계정에 몰래 접속해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게임 아이템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돼 학교 폭력 상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런 행위는 학생들 사이에서 C양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친구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 청소년 폭력 예방 재단인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다른 학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소셜미디어에 접속한 뒤, 그 학생인 척 행세하며 악플을 달거나 채팅방 등에서 험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사칭이나 사이버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 도중에 온라인상 폭력도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B양은 최근 학교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데 수업 도중 갑자기 수업용 게시판에 자신의 험담을 쓴 글이 올라오는 일을 당했다. 당시 학교는 수업 때 익명으로도 글을 작성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썼는데, 누군가 이 점을 악용한 것이다. B양의 신고를 받은 선생님이 나섰지만 가해자를 찾지 못했고, 며칠 뒤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늘자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5일부터 학교폭력 정보 공유 시스템인 ‘스쿨벨’ 운영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폭력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피해를 당하고도 그게 학교 폭력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새로운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12/27/HEECEWIQF5FYJMEC73CPRCP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