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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알람을 끄기 위해서였지만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SNS와 인터넷으로 향합니다. 물론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건강하지 않은 행위라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너무 막연하다는 게 문제지만요. 이 행위가 뇌와 일상에 얼마나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지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파헤쳐봅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잠에서 깨기 위해서죠. 이때 스마트폰을 보면 수치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짧은 시간 내에 다량의 정보를 흡수하며 뇌가 자극을 받게 되는 건데요. 심지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소리 등 형태도 제각각이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합니다. 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따라오는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피부 질환이나 체중 증가 같은 신체 부작용은 둘째 치고 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요. 피로감은 높아지고 짜증은 늘어나죠.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가 이미 ‘완충’ 상태인 셈입니다.
뇌를 깨우는 최악의 방법
자는 사이에 쌓인 메시지와 업무 메일, SNS 알람. 지금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화면을 한가득 채운 알림 메시지에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뇌와 몸이 깨기도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이죠. 구글 기술 윤리 전문가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이 행동이 습관이 되면 “평화롭게 보내야 할 기상 시간을 어제 놓친 것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요.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을 뜻합니다.
특히 휴일을 망치기 십상인데요. 일하는 날에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5~10분 내에 그만두지만 주말에는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나를 막을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침대를 벗어나는 시간은 한없이 늦어지죠. ‘5분만 더’, ‘이 영상 하나만 더 보고’라는 다짐만 계속될 뿐이고요. 자책감에 휩싸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건 휴식이 아닙니다. 금세 휘발되는 정보가 대부분인 요즘엔 더욱요. 그러다 결국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중요하지 않은 일을 확인하는 데 다 써버리는 셈이죠. 이는 곧 일상의 불만족으로 이어집니다.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걸 의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멈출 수 없나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강박적으로 피드를 새로고침하며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야 비로소 안정감이 들고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라면 도파민 중독을 한 번쯤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도파민은 쾌감과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이지만 분비에 이상이 발생하면 심각한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운동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고요.
스위치를 끄듯 단번에 끊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신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갑시다. 스마트폰은 침실 밖에 두고 그 시절 알람 시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스마트폰은 아침뿐만 아니라 자기 전에 보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요. 아직은 이 방법이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면 알람 소리를 주기적으로 바꿔보세요.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소리 대신 차임 벨 소리나 기분 좋은 음악으로요. 달라진 알람 소리만큼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도 달라질 겁니다. 루틴을 바꾸기에도 좋고요.
VOGUE 에디터 이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