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아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녔다. 하지만 오늘날에 들어서는 방금 확인했던 시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우리의 기억력은 퇴행하고 있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벳시 스패로운(Betsy Sparros)교수 연구팀은 ‘구글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Google Effects on Memory)’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대인들은 정보를 기억해 내기보단, 구글과 스마트폰 등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러한 현상을 ‘구글 효과(Google Effects)’라고 정의했다.
구글 효과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어디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말한다. 또한, 뇌의 사고방식 역시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기보단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장소나 정보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을 말한다.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 로디 레디거(Roddy Roediger) 뇌 과학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다시 찾을 정보를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말하며, 인터넷이 기억의 짐을 덜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구글 효과가 우리 뇌가 컴퓨터화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진화했다는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글 효과는 뇌가 불필요한 정보로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고 오히려 기억할 가치가 있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돕는다. 실례로, 현대인들 대부분이 전화번호와 생일 그리고 복잡한 정보들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컬럼비아 연구팀은 하버드생 약 60여 명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40여 개의 문장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도록 했다. 그들이 입력한 내용은 대부분 ‘타조의 눈은 뇌보다 크다’와 같은 일반적인 지식이었는데, 한 그룹에게는 입력한 내용이 지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그룹에게는 입력한 내용이 저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두 그룹 학생들 모두에게 컴퓨터에 입력했던 40여 개의 문장을 다시 쓰게 한 결과 입력한 내용이 저장될 것이라고 들었던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문장 내용을 덜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의 뇌가 기술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벳시 스패로우 교수는 “기술이 사람의 기억력을 퇴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단지 어디서 정보를 잘 찾을 수 있는지 기억하는 방법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이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인터넷에 쏟아지는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사람들이 깊이 있는 사고를 못하도록 방해한다”라고 주장하며,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술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인터넷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카는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었는데 “공간을 기억하는 뇌의 역할이 내비게이션으로 인해 파괴되고 이 때문에 익숙했던 길도 쉽게 잊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The University of Leicester) 에바 크로코우(Eva Krockow) 연구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며, 의존도를 낮추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필기 메모’를 하라고 조언했다. 손으로 정보를 쓰는 것은 뇌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더 깊은 수준의 정보 처리를 하도록 돕는다. 또한, 후속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전자 기기를 멀리하는 디지털 디톡스도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출처: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633108